<8> 철도 삼국지
※ 인사할 때마다 상대를 축복(슬라맛)하는 나라 인도네시아. 2019년 3월 국내 일간지로는 처음 자카르타에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는 격주 목요일마다 다채로운 민족 종교 문화가 어우러진 인도네시아의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에서 하나됨을 추구)’를 선사합니다.
2017년 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북부 쓰레기 매립 및 폐기물 처리장 부지에 컨테이너 건물이 들어섰다. 처음 상륙한 적도의 나라, 13명의 한국인이 둥지를 틀었다. 자카르타 경전철(LRT) 1단계 건설에 나선 한국철도시설공단 직원들이다. 하태길 지사장은 “(현지 협력업체의) 업무 속도가 느리고 품질도 기대에 못 미쳐 애를 먹었다”고 했다.
해외에서 주로 감리 수주에 나섰던 공단이 철로를 타국에 시공한 건 인도네시아가 처음이다. 덕분에 20개가 넘는 우리나라 중소 협력업체가 해외 진출의 꿈을 이뤘다. 비슷한 시기에 현지 업체가 건설한 수마트라섬 팔렘방 LRT가 잦은 고장에 시달리면서 “철로도, 열차도 한국 기술이 최고”라는 반사 이익도 누리고 있다. 최근엔 LRT 건설을 치하하는 공로상도 받았다.
붉은 띠가 돋보이는 열차는 우리나라의 김포 LRT를 그대로 들여왔다. 무인(無人) 운행인 김포와 달리 운전사가 있고, 에어컨 용량이 크다는 정도가 다르다. 객차 한 량당 20개 좌석인 두 량짜리 열차는 최대 270명(적정 194명)을 태울 수 있다. 최고 시속 80㎞, 보통 시속 60㎞로 달린다. 현대로템이 제작했다.
오늘도 공단 직원들은 다음 수주를 위해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고 있다. 현재 LRT 서너 개, 일반 철도 두세 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자카르타 LRT는 신(新)남방 정책의 교두보다. 그 철길이 인도네시아를 넘어 베트남 등 아세안으로 뻗어나가길 기대한다.
자카르타=글ㆍ사진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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