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운영하는 유소년 야구교실 학생들에게 부작용 우려가 큰 스테로이드계 약물을 판매하고 투약한 혐의로 2일 구속된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모(35)씨가 약물을 학생들에게 직접 주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유소년 야구선수들에게 “몸을 좋게 만들어주는 약을 맞아야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원하는 프로야구단이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속여 무허가 스테로이드 제제와 각종 호르몬을 1회당 300만원씩 받아 1년간 총 1억6,000만원을 챙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일 이씨의 불법 투약행위(약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상세한 수사결과를 공개했다. 수사 결과, 이씨는 야구선수 경험을 악용해 체육관련단체의 도핑검사와 보건당국의 단속을 피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스테로이드 제제의 체내 잔류시간을 계산해 투여시기를 조절한 것이다. 이날 식약처는 이씨가 ‘1주차에 3알, 2주차부터 5알’ 등의 내용을 적은 복용방법 노트를 증거물로 공개했다. 또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약품들을 수거하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불법 의약품을 투여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야구교실 소속 유소년 선수 7명에 대해 식약처가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2명이 금지약물 양성으로 확정 판정됐다. 이들은 6개월 동안 각각 20회가량을 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 등을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5명에 대한 검사는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학부모들이 관련 내용을 몰랐는지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번에 약품을 투약한 한 학생의 아버지는 취재진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아이 건강이 우선이지 불법이면 했겠느냐”라면서 아이의 부작용을 호소해도 “엄살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진통제 먹으면 된다며(복용을 권했다)”라고 밝혔다.
이씨가 학생들에게 투여햔 의약품은 아나볼릭스테로이드(단백동화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등이다. 해당 약품들은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고 정식으로 수입된 제품이 아닌 밀수입 등의 유통경로를 거쳐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제품들이다. 식약처는 이씨의 거주지와 야구교실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약품 등 10여개 품목과 투약 관련 기록물을 압수했다.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남성스테로이드 가운데 하나로 근육을 발달시키지만 불임과 단백뇨, 관절통, 대퇴골골두괴사 등 심각한 신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식약처는 이씨가 해당 약품들을 국내 보디빌딩 선수로부터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식약처는 5월부터 3개월간 특별 기획조사를 시행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스테로이드 유통망을 여럿 발견했으며 국내에서 주사제를 직접 제조하는 현장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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