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단예방연구회, 기자회견 통해 주장
시범 사업 검진 참여자의 0.58%에서 폐암 찾아
정부가 이달부터 추진 중인 국가폐암검진 사업이 오히려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기에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정부는 이달부터 만 54∼74세 가운데 3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폐암을 검진한다. 대상자는 검사비의 10%만 내면 된다. 저선량 CT는 일반 CT가 내는 방사선량의 5~10분의 1로 낮고, 폐 단면을 볼 수 있기에 작은 폐암도 찾아낼 수 있다.
의대 교수 7명으로 구성된 과잉진단예방연구회는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 폐암검진은 수많은 흡연자를 대량으로 가짜 암환자로 만들어 끊임없는 검사와 수술 등의 고통과 걱정으로 몰아 오히려 국민 건강을 해치는 재앙적 정책이 될 것”이라고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이정권 회장(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세계 의학계가 인공지능(AI)에서 최첨단 혈액검사까지 동원해 폐암의 발생, 예방, 치료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폐암 검진으로 흡연자의 실질적인 사망률 감소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에 따라 “세계 어느 나라도 폐암 검진을 국가암 검진으로 실시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갑자기 국가폐암검진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를 상세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저선량 폐 CT 검사로 발견된 조기 폐암의 18∼67%는 과잉 진단이라는 추정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진 효과성에도 의문”이라고 했다. 특히 “정부가 국가 폐암 검진이 폐암 사망률을 20% 낮춘다고 홍보하지만 흡연자가 폐암에 걸려 사망할 확률 5%에서 4%로 단지 1% 포인트 감소에 불과한 데 상대적인 감소율로 계산해 20%나 줄었다고 과장한 황당한 논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통계 수치를 이용한 명백한 기만이며, 폐암 검진의 효과를 부풀리고, 위험성을 감추려는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모든 암 건강검진의 위험은 검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검진으로 인한 2차 피해에 있다”며 “가짜 폐암(양성결절) 환자와 과다 진단된 암 환자는 엄청난 피해를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검진을 하지 않았다면 받지 않아도 될 추가 검사와 수술/항암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특히 폐암 검진은 위양성(가짜암) 진단율이 높아 암 아닌 많은 환자도 추가검사, 조직검사,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드물지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위험성을 도외시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좋은 검사인양 홍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한 정책이며, 최소한의 의료윤리에도 어긋나는 위험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반면 폐암 검진 찬성 측은 미국·유럽 등에서도 장기 흡연자 사망률을 낮추는 확실한 근거가 나와 어느 나라나 CT 검진은 대세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국가폐암검진질관리 중앙센터장인 김열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사업실장은 ”2017~2018년 국내 시범 사업에서 검진 참여자의 0.58%에서 폐암을 잡아냈다"며 "그 폐암의 3분의 2가 조기 폐암으로 검진 효과를 크게 봤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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