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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독해지는 세상

입력
2019.07.04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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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이 동물과 비교해 다른 것은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점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과 비교하면 그 능력이 너무도 하찮다 할지 모르지만 다른 동물들과 비교할 때 인간은 정말 많은 능력을 소유한 존재입니다. 물론 체력이나 육체적 능력은 동물들보다 못할 수 있습니다. 시력은 독수리보다 못하고, 청력은 개보다 못하며, 주력(走力), 달리는 능력은 말보다 못합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이해력, 직관력, 설득력, 인내력, 포용력, 판단력, 사고력, 의지력, 정신력 등 참으로 다양한 능력을 다른 동물에 비해 많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인간의 능력 중에 또 하나 특별한 능력이 덕(德)이란 것입니다. 덕에 대한 정의가 하도 많기에 제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면 인간의 여러 능력 중에 선(善)과 관련한 능력이고,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선악과 관련한 힘 또는 능력입니다. 덕이란 정말 다른 동물이 가질 수 없는 인간만의 출중한 능력으로서 덕이 있는 사람 또는 후덕(厚德)한 사람은 선을 많이 지니고 있고 그 선을 나누어 줄 수 있는 능력의 사람입니다. 누구 덕분이라고 하는데 덕분(德分)이라는 말 자체가 덕을 나누는 것이고 누구의 덕이 나눌 수 있을 만큼 많기에 그의 덕을 보고, 그의 덕을 내가 나누어 가진다는 뜻이며, 그가 가진 선도 나누어 가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덕이 있는 사람, 후덕한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을 움켜쥐고 있지 않고 나누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선덕(善德)과 반대되는 개념의 악덕(惡德)도 있고, 악덕한 사람도 있습니다. 악덕 기업가니 악덕 상인이라는 말을 쓰잖습니까? 그리고 악덕의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이 선의 능력보다 악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며, 선은 없고 가진 것이라고는 악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 악만 남았다’고 흔히 얘기하지요. 악만 남았다는 얘기는 선과 악 중에 선은 다 어떻게 없어지고 악만 남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그 사람에게는 선은 없어지고 악만 남았습니까? 시작은 그 사람 탓이 아닐 겁니다. 어렸을 때 너무 사랑을 받지 못하고 컸기 때문에 경험한 것이 안 좋을 것, 곧 악의 경험뿐이고 그래서 선은 없고 악만 남은 것일 겁니다. 아무튼 이렇게 인간이 선보다 악을 더 많이 그리고 오래 지니고 있게 되면 악의 능력인 악덕이 생기고 악덕한 사람이 되는데 이 악덕한 사람이 더 오래 악을 지니고 있게 되면 그 악이 더 악독해지고 사람도 악독해집니다. 그러니까 악이 숙성되면 독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악이 숙성되면 그것이 독이 되고, 사람도 악독하게 된다고 했는데 악독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악독하게 하기 전에 그 악과 독을 자기 안에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말하자면 독 또는 사약을 담고 있는 그릇과 같은 거지요. 그렇지만 그 독과 악을 자기 안에 오래 가지고 있어도 자기는 해를 입지 않는 능력이 바로 악덕입니다. 이는 마치 상한 음식을 먹는데 다른 사람은 그 음식을 먹고 다 탈이 나지만 그만은 탈이 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이런 능력이 있기에 다른 사람에게 악독한 짓을 눈 깜짝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남을 아프게 할 때 자기도 아픈 사람은 자기가 아프기 때문에 남을 아프게 할 수 없고 나쁜 짓을 할 수 없습니다. 잔혹 범죄가 점점 더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요즘 정치가들의 독설이 점점 도를 넘고 있는데 잔혹 범죄자가 그 잔혹한 짓을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하나도 자신을 아프게 하지 않거나 오히려 쾌감이나 만족을 주기 때문이고, 뱀과 같이 자기는 상처 입지 않으면서 남은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덕이 고리타분한 것이 아닌 사회, 악덕이 아니라 선덕이 칭송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정치가들부터 각성해야겠습니다.

김찬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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