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음원 차트에는 독보적인 1위가 없다. 차트별 춘추전국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최근 음원 차트 1위의 주인공은 화살표(→)가 아닌 더하기(+)로 표기되고 있다. 하반기의 시작과 동시에 7월 음원 차트는 또 한번 역대급 춘추전국 시대를 보여주고 있다. 3일 오전 기준 주요 음원 사이트 멜론, 지니, 벅스, 엠넷, 네이버, 소리바다 중 3곳 이상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수는 없다. 춘추전국을 거쳐 차트별로도 1위가 나뉜 상황이다.
멜론과 지니에서는 장혜진&윤민수의 '술이 문제야', 벅스에서는 윤하의 '비가 내리는 날에는', 네이버에서는 여자친구의 '열대야', 엠넷과 소리바다에서는 에일리의 '룸 셰이커'가 각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고 2, 3위권을 다 이들이 점유하는 것도 아니다. 청하의 '스내핑', 송하예의 '니 소식', 엑소 디오의 '괜찮아도 괜찮아'는 최상위권에서 1위를 위협 중이다.
7월의 시작과 함께 이런 다채로운 차트 상황을 만들어낸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컴백 러쉬다. 1일 여자친구, 엑소 디오, 박재정, 2일 에일리, 윤하가 각자의 신곡을 발표했고, 이번주만 해도 3일 벤과 7일 헤이즈의 컴백이 예고돼 있다. 다가오는 7월 초까지 8일 하성운, 9일 멜로망스, 10일 엑소 백현 등 쉴 새 없이 차트 강자들의 컴백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가요계에 쉬는 타선이 없어졌을 정도로 매달 성수기를 보내고 있지만, 7월의 컴백은 더 특별하다. 여자친구, 벤, 헤이즈, 하성운처럼 지난 겨울 흥행에 성공한 이들이 여름에 맞춰 또 한번의 흥행을 예고했고, 멜로망스, 박재정, 에일리, 윤하 등 1년 이상의 공백을 거친 팀들은 긴 시간 준비한 만큼의 완성도를 지닌 노래와 함께 각자의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시장의 다양성이다. 장혜진&윤민수, 윤하는 감성, 여자친구, 에일리는 퍼포먼스로 이번 신작의 중점을 뒀다. 음원 사이트별 이용자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이처럼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의 신곡이 고르게 1위에 올라 있는 건 그만큼 리스너들의 취향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스레 가요계도 다채로운 장르의 신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윤하는 최근 컴백 인터뷰에서 이런 차트의 흐름에 대해 "발라드 어쿠스틱 사운드, K-POP 댄스 음악, 힙합 트랩 장르가 가요계와 차트에서 융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제게는 뭔가 밸런스가 맞춰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덕분에 윤하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발라드를 부담 없이 택했고, 다른 가수들 역시 트렌드에 맞춰야 하는 부담을 덜었다.
독보적인 1위가 없다는 건 선의의 경쟁을 이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주자들이 서로 다른 음악을 한다면, 가요계가 오래 전부터 추구해온 다양성에 대한 힌트도 찾을 수 있다. 하반기 차트 위의 춘추전국이 이렇듯 긍정적인 평가를 꾸준하게 받기 위해선 더 공정하고, 그만큼 모두가 제약 없이 노래를 내놓을 수 있는 시장이 갖춰져야 한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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