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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신발 끈도 제대로 못 맨다... 응석받이로 크는 중국 초등생들

입력
2019.07.14 15:00
수정
2019.07.14 22:4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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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등학생들이 학교 건물 주변에서 저마다 빗자루를 들고서 선생님과 함께 청소하고 있다. 중신망
중국 초등학생들이 학교 건물 주변에서 저마다 빗자루를 들고서 선생님과 함께 청소하고 있다. 중신망

미국 1시간12분, 한국 42분, 프랑스 36분, 영국 30분, 중국 12분.

중국 베이징(北京) 교육과학연구원이 분석한 각국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분담 시간이다. 미국 어린이는 중국 어린이에 비해 6배나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부모의 집안일을 돕는다는 것이다. 반면 세계 꼴찌 수준인 중국에서는 아이를 애지중지 키우다 보니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가족을 도우며 성취감을 느끼거나 주위 사람들과 융화되기는커녕 자신밖에 모르는 응석받이로 자라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들이 다 그렇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지 모른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노동을 도외시하고, 함께 땀을 흘리지 않고, 노동의 가치를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중국 사회가 체감하는 위기의식은 상당하다. 미래 주역인 아이들의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 가뜩이나 무역전쟁으로 맞붙는 미국과 비교되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급기야 지난달 치러진 대입시험(高考)의 논술 주제로 등장했다. ‘우리가 이렇게 바쁘게 공부하는데, 노동은 인공지능이 알아서 하거나 돈을 주고 다른 사람을 시키면 되잖아요’라는 내용의 지문을 제시하고는 ‘부와 행복의 원천이자 중화 민족의 훌륭한 전통인 노동의 가치에 대해 논하라’는 시험 문제를 출제한 것이다. 전국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대중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내놓은 충격요법인 셈이다. 중국 교육계에서는 시험을 앞두고 건국 70주년, 5ㆍ4운동 100주년, 화웨이 사태, 중국몽(中國夢), 생태 환경 등 올해의 여러 굵직한 이슈를 작문 주제로 점쳤지만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처럼 ‘노동’이 일약 중국 사회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자 뒤늦게 원인을 찾기 위해 호들갑을 떨고 있다. ‘중학교 1학년 67%가 가스레인지 불을 켜지 못한다’, ‘초등 6학년생이 운동화 끈을 못 매더라’, 심지어 ‘대학 신입생이 세탁기를 돌릴 줄 몰라 집으로 빨래를 보낸다’ 등 중국 학생들의 자율성 부족을 지적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조사 결과 65%는 부모 탓으로 집계됐다. 초등생 자녀를 둔 중국 부모는 대개 1970~80년대 출생으로, ‘한 자녀 정책’ 때문에 외동으로 성장한 터라 가사노동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또 독서로 학문을 익혀 출세하는 게 중요하다는 뿌리 깊은 관념까지 겹치면서 직접 몸을 움직이는 노동교육은 뒷전으로 밀렸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낮은 선호도 때문에 학교에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가정부 아줌마가 집안일을 다해서 엄마, 아빠도 휴대폰만 들여다보던데요.” 한 초등생의 반응이다. 게다가 중국 학부모의 절반은 여전히 “아이가 공부하느라 죽겠는데 가사노동이 무슨 소리냐”며 요지부동이다. 노동의 소중함이 중국인 각자의 마음속에 파고들려면 시간이 꽤 걸릴 듯싶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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