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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 비핵화 목표 낮추기? … 트럼프 정부 ‘빅딜 vs 스몰딜’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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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 비핵화 목표 낮추기? … 트럼프 정부 ‘빅딜 vs 스몰딜’ 분열

입력
2019.07.02 18:34
수정
2019.07.03 00:3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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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美, 북핵 동결 검토” 볼턴 “들어본 적 없어” 격한 반응

국무부-강경파 갈등설도… WP “대북 요구 후퇴해도 놀랍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AP 연합뉴스

북한과의 실무 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국 정부가 타협을 위해 골대를 낮추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일거에 제거하는 ‘일괄 타결식 빅딜론’이 실현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대신 ‘점진적 접근법’을 택하는 움직임이 미 정부에서 관측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정부 내에선 대북 매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와 유연한 접근법을 내세운 국무부 간 갈등 구도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논란의 계기가 된 것은 뉴욕타임스(NYT)가 ‘새로운 대화에서 미국이 북핵 동결에 만족할 수 있다’는 보도를 내면서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완전한 추측”이라며 즉각 이를 부인하고 볼턴 보좌관도 1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나와 국가안보회의(NSC) 참모들은 북한의 핵 동결에 만족하려는 어떠한 바람에 대해서도 논의하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대통령을 가두려는 비난받을 만한 시도다. 응분의 대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비핵화 협상이 핵 동결에 그치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셈이어서 트럼프 정부 인사들이 일제히 이를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국무부 대북 협상팀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량살상무기(WMD) 동결을 초기 조치로 설정하는 합의를 모색한 바 있어 다시 재개되는 실무 협상에서도 핵 동결을 입구로 상정하는 점진적 접근법으로 북한과 타협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요구를 후퇴시키더라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라며 이전에도 부분적 딜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해 온 점을 거론하며 트럼프 정부가 골대를 옮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올해 초 "궁극적으로 미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언급한 데 이어 하노이 회담 직전에는 '위험이 상당히 줄었다는 확신이 들면 압박을 풀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내놨고 당시에도 목표를 낮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하노이 회담 당시 거론된 ‘영변 핵시설 폐기+알파(강선 및 제3의 비밀장소 추정)’와 ‘일부 제재 완화’ 간 딜이 다시 부상할 수 있는 것이다. 비건 대표가 최근 “유연한 접근법”을 거론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이 같은 방안이 핵 동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비건 협상팀이 강조해 온 것은 비핵화 최종 상태 및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연 브리핑에서 협상 의제로 제시했던 것은 WMD 동결과 비핵화 개념, 비핵화 로드맵이었다. 핵폐기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이 아니라 핵 폐기에 이르는 큰 그림을 그리는 점진적이고 포괄적 합의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핵 동결 선에서 일부 제재 완화를 해줄 경우 비핵화 로드맵이 무의미해져 과거 실패한 협상과 다를 바 없다는 게 대북 강경파들의 주장이다. NYT는 ‘핵 동결’ 보도 후속 기사에서 “일부 관리들은 포괄적 합의를 향한 첫 조치로 동결을 고려하고 있지만, 볼턴 보좌관은 어떤 보상도 해주기 전에 북한이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전체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대북 접근법을 두고 정부 관리들의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빅딜을 촉구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지금은 점진적 접근법에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키를 쥔 쪽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으로 빅딜과 점진적 접근 모두에 열려 있는 이중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 뒤 “속도보다 올바른 협상을 추구할 것이다. 서두르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대북 제재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면 해제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윗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곧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차기 정상회담 조기 개최 기대를 드러내면서 실무 협상과 재개와 관련해 “서두르지 않지만, 결국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두르지 않는다’와 ‘정상회담 조기 개최’ 의지를 동시에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해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스몰딜 수용 여부에 대해 “어떤 딜인지를 봐야 할 것이다. 다양한 스몰딜이 일어날 수 있다. 단계적으로 부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 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빅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단계적 합의에도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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