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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김영종 종로구청장 “셔틀버스 만들어 관광버스 진입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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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김영종 종로구청장 “셔틀버스 만들어 관광버스 진입 막아야”

입력
2019.07.03 04:40
수정
2019.07.0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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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의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은 “지역주민의 삶과 관광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도심 관광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로구 제공
3선의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은 “지역주민의 삶과 관광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도심 관광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로구 제공

김영종(66) 서울 종로구청장은 최근 도심 관광지 주변 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관광버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말에만 약 2,000대, 평일 약 1,700대의 관광버스가 종로구에 몰려든다. 수용 가능 범위를 넘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고궁과 박물관이 밀집한 대한민국 관광1번지’의 명성을 즐길 여유조차 없다. 여기에 상주인구가 줄어드는 도심공동화마저 가속화하고 있는 까닭에 3선 베테랑 구청장임에도 현명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한 고민은 끝이 없다.

김 구청장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주민의 삶과 관광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대안을 찾고 있다”며 “관광버스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고, 보행 중심으로 관광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적 성장만을 목표로 하는 관광 정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로, 환경, 사람, 도시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 도심의 대표적 관광지를 품고 있는 종로구는 관광버스의 도심 진입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막 민선 5기로 취임했던 2010년만 해도 북촌에 오는 관광객이 연간 10만명밖에 안 됐다. 지금은 100만명이 넘는다. 서촌에는 관광객이 아예 없을 때다. 관광은 관광지에 가서 하는 것이지, 마을 안에서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당시만해도 옥인동ㆍ누하동ㆍ체부동ㆍ필운동 등 서촌 일대가 전부 재개발 지구였다. ‘이득이 없는 재개발을 왜 하느냐, 아파트 짓는 것보다 지금 마을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가치를 높이는 게 훨씬 더 보탬이 되고, 동시에 우리 역사와 문화를 지키는 길이다’라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재개발 지역을 다 해제시켰다. 600년 흔적을 잘 보존한 것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주거밀집지역까지 관광버스가 들어온다. 동네가 소화할 정도를 넘어섰다. 관광버스 도심 진입으로 인한 교통체증과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 불법 주ㆍ정차 문제가 심각하다.”

-도심 관광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대책 있나.

“도심 관광지 주변 도로를 관광버스가 일렬로 쫙 서 있어 점거하는 건 심각한 도시문제다. ‘드롭존(승하차 지점)’을 만들어서 가능하면 도심에는 버스가 들어오지 않게 하고, 들어오더라도 승객들을 타고 내리게만 해야 한다.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구까지 포함한 한양도성 안 관광지로 명동, 남산,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 덕수궁, 시청, 청계천, 창덕궁, 서촌, 경복궁, 북촌, 인사동, 종묘, 대학로 등이 있다. 셔틀버스로 20분 간격으로 돌게 하면 된다. 관광버스에서 내려 잠깐 구경하고 버스 타고 다음 관광지로 이동하는 식이 아니라 20분 더 보고 다음 셔틀 타면 된다. 이렇게 되면 여유 있는 도보관광도 가능해진다. 위축된 지역 상권의 매출도 증가하고, 고질적인 교통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또한 환경오염을 생각해 도심에 들어오는 관광버스는 연료를 디젤에서 가스로 바꿔야 한다. 미세먼지나 매연 때문에 주민들이 못 살겠다고 하는데 손 놓고 가만 있을 수 없다. 그에 앞서 인프라도 마련돼야 한다. 고속버스 휴게소에 가스충전소가 있어야 한다. 결국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오버투어리즘(수용 가능 범위를 넘어 관광객이 몰려드는 현상) 우려 지역을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 방문 시간이나 주거지 이면도로에 관광버스 진입을 제한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관광객이 방문하지 않는 날을 만드는 휴무제를 도입하거나 방문시간대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지역 가이드를 양성하면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동시에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에 상인들이 밀려나는 현상)이라는 부작용도 일어나고 있다.

“도시가 정체돼있으면 젠트리피케이션도 없다. 관광객도 오고, 도시재생도 일어나야 도시도 살맛나게 변한다. 다만 상인들이 견딜만한 정도의 임대료 상승이어야 하는데 너무 급격히 오르면 얼마 안 가 상권이 쇠퇴해버린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계속 경고하고 계도한다. 서촌에서도 건물주 모임 만들어 상생협약까지 맺었다. 그런데 엉뚱하게 외지인이 들어와 갑자기 임대료를 4배 올려달라고 해서 문제가 됐다. 상가임대차보호법까지 바꿀 정도로 전국적으로 이슈가 됐던 ‘궁중족발 사태’다. 그럼에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주민들과 계속 대화하고 있다. 건물주들도 이 문제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좋은 현상이다.”

-17년간 방치됐던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는 어떻게 활용되나.

“이제라도 시민들에게 돌려줬으면 한다. 서울 도심의 딱 한가운데다. 그런 곳에 시민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숲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숲 하나로 초미세먼지 40%가 절감된다고 한다. 한낮의 평균 기온을 3~7도 낮춘다. 미래세대에게 숲 하나쯤은 물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도심 속 ‘생활숲’으로, 문화ㆍ예술의 광장이 조성됐으면 좋겠다. 쉬면서 책도 볼 수 있게 작은 도서관과 음악당을 갖춘, 시민들에게 작은 행복을 주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송현동 부지의 쓰임에 따라 종로는 물론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모습이 크게 변할 수 있다.”

-한복사랑으로 유명하다. 전통한복이 아닌 퓨전한복 착용자의 고궁 무료입장을 제한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개량한복을 한복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가 안 된다. 다만 현재 고궁 일대에서 대여해주는 한복은 한복 장사꾼들이 중국, 베트남에서 만든 엉터리 옷이다. 고궁 무료입장의 취지를 생각할 때 그런 옷 입을 거면 차라리 돈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거다. 품격있는 도시 종로와 서울을 만든다면서 이런 천박한 옷이 마치 우리 것인 양 소개되는 게 안타깝다. 최소한 무료 입장객에게 한복이 뭔지 제대로 안내 정도는 해야 한다.”

진행=한창만 지역사회부장

정리=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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