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경우 객석 절반 이상 텅텅… 주최측 페날티 부여 등 대책 고심
“선정 문자 수령 후 ‘티켓취소’ 없이 참석하지 않을 경우, 다음 공연 선정이 1회 제한되오니 양해바랍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공연장르를 활성화하고, 티켓 가격이 부담된 관객에게는 공연관람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무료공연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공연 기획 측은 ‘노쇼’ 문제로 고민이 많다. 예약한 고객이 사전고지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뜻하는 노쇼는 항공사와 식당 등에서 주로 쓰였지만, 이제는 공연계에서도 익숙하다. 노쇼로 인해 객석의 절반도 채 차지 않는 경우까지 생기자 공연계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전통예술 활성화 사업을 이끄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한해 235회의 공연 중 무료 공연이 228회(97%)다. 재단에 따르면 관객의 흥미를 끄는 공연은 예매 공지 후 5분 만에 매진되기도 한다. 하지만 예매 당시 인기가 무색하게 공연 평균 노쇼율이 62%에 달한다. 재단 관계자는 “실제 공연을 보려고 했던 관객의 관람 기회를 박탈하고, 객석 관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노쇼는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노쇼를 감안해 좌석의 1.5~2배의 관객을 사전에 선정하고 있다.
공연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노쇼를 방지하는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은 적은 금액이라도 예약금을 받거나, 다음 예매 때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법이다. 공연 관람 가격이 1,000원에 불과한 세종문화회관의 ‘온쉼표’ 공연은 노쇼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2013년부터 페널티 제도를 도입했다. 노쇼 관객은 다음 공연부터 당첨에서 배제된다.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올해 3~6월 공연의 노쇼 비율은 2.6%로 지난해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두산아트센터의 두산아트랩도 무료 공연이지만 1회당 노쇼 비율이 25%에 달해 올해부터 페널티를 도입했다.
클래식 공연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티켓 가격을 낮춘 서울국제음악제는 무료 공연에도 예약금으로 1만원을 받는다. 실제 공연에 참석한 관객은 티켓과 함께 1만원을 다시 돌려받는다. 서울남산국악당은 올해 초 한국무용가 김매자의 ‘샤이닝 라이트’ 공연에서 예약금 5,000원을 받은 뒤 음료 쿠폰과 설 선물로 되돌려줬다. 서울남산국악당 관계자는 “공연이 꾸준히 이어지면 관객의 충성도도 높아져 노쇼가 줄어들지만, 아무리 좋은 출연진이어도 무료일 경우 관객들이 의미 부여를 덜 하게 되는 것 같다”며 “건강한 공연 문화를 위해 오히려 무료 공연을 줄여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무료 개최하는 이건음악회는 초청 관객 선정의 기준이 관객이 작성한 사연이다. 애초에 공연을 보러 올 의지가 큰 관객을 선정하는 것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노쇼를 줄인다는 취지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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