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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반바지 공무원

입력
2019.07.02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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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쿨맵시’ 캠페인은 체감온도를 낮추고 에너지도 절감하자며 2009년 이명박 정권에서 만든 여름철 간편복 입기 운동이다. 당시 환경부는 녹색성장 5개년 계획 중 ‘생활 녹색혁명’ 중 하나로 이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재킷을 입지 않거나 넥타이를 매지 않는 편안한 차림’을 해 실내 냉방온도를 2도 높이면 연간 160만~290만톤의 이산화탄소와 3,000억원의 비용 감소 효과가 있다고 했다. 몇 년 뒤 한국패션협회는 지식경제부 후원으로 ‘휘들옷’이라는 패션 브랜드까지 만들었다. ‘휘몰아치는 들판에 부는 시원한 바람 같은 옷’이라는 뜻의 새 우리말이다.

□ 여름철 간편복 캠페인의 시작은 일본이다. 2005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환경장관인 고이케 유리코 현 도쿄지사에게 제안해 ‘쿨비즈(COOL BIZ)’ 캠페인을 만들어냈다. 일본 정부의 적극 선전에 힘입어 시작 2년 만에 시행률 46%에 달할 정도로 보급이 빨랐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 영국 스페인 등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했고, 반기문 사무총장 시절인 2008년 유엔에서도 여름 한 달을 간편복 입는 ‘쿨 유엔’으로 정하는 등 영향도 적지 않았다. 당초 6~9월이던 쿨비즈 착용 권장 기간은 동일본대지진 이후 에너지난을 겪으며 5~9월로 늘어났다.

□ 경기도가 1일부터 공무원의 반바지 차림을 허용했다. 내부 직원 요청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니 직원과 도민의 약 80%가 찬성했다. 앞서 서울시가 2012년부터 여름철 반바지, 샌들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원시가 이를 도입했고, 창원시도 올해부터 7, 8월 매주 수요일을 ‘프리패션일’로 정해 반바지 차림을 허용했다. 창원시는 특히 시장이 나서서 반바지를 입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충북도는 ‘반바지’ 요청을 받고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등 지자체별로 대응이 다르다.

□ 쿨맵시의 원조 일본은 환경성이 두 단계의 쿨비즈 차림을 권장한다. 통상적인 쿨비즈 복장에 폴로셔츠, 하와이언셔츠, T셔츠, 민소매셔츠, 진, 반바지, 샌들은 제외된다. 슈퍼쿨비즈에서도 민소매, 반바지는 금지다. 드레스코드 정서가 우리보다 보수적이다. 민원인을 상대할 일이 많은 공무원의 반바지 차림은 눈에 거슬릴 수도 있다. 그걸 공무원들이라고 모를 리 없다. 원칙으로 반바지 차림을 허용하되 일의 성격을 고려해 어울리는 복장을 하도록 권하는 게 적당하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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