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전남 함평군청 앞에서 발생한 1인 시위자 폭행 사건의 불똥이 이번엔 함평군을 덮칠 태세다. 군이 국비와 지방비를 보조 받아 농공단지 조성공사를 하면서 전남도의 설계변경심사도 받지 않고 멋대로 설계변경을 한 뒤 증액된 공사비 47억4,900만원을 이번 폭행사건 가해자인 조직폭력배를 고용한 하청건설업체와 원청업체에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특히 이 하청건설업체가 설계도서도 없이 공사를 진행한 사실도 확인되면서 전남도가 함평군 등을 상대로 다음주부터 특정감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2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함평군은 지난해 9월 21일 학교면 명암 축산특화 농공단지 1단계 사업 부지(14만3,550㎡) 조성공사에 대한 설계변경을 승낙하고 원청업체(3곳)와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도급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사업부지 계획고(토지형질에 따라 조성된 지표면의 높이)를 원래 설계보다 평균 2.02~4.61m 하향 조정하겠다는 게 설계변경의 골자였다. 군은 앞서 2017년 8월 해당 농공단지가 국토교통부의 투자선도지구로 선정되자 추가로 사업부지(2단계ㆍ13만2,700㎡) 조성 계획을 세웠고, 이 공사에 필요한 성토물량(24만 ㎥)을 1단계 사업부지 절토를 통해 확보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로 인해 1단계 공사 도급금액은 72억9,000만원에서 120억3,900만원으로 크게 늘었고, 군은 증액된 공사비를 며칠 뒤 원청업체 등에게 지급했다. 함평군은 “설계변경으로 인해 1단계 사업부지 조성공사 비용이 당초보다 47억4,900만원이 늘었지만 2단계 조성공사까지 포함한 전체 사업비 측면에선 17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어 설계변경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군은 설계변경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가 적절하고 적법한지에 대해 사전에 전남도의 설계변경심사도 받지 않았다. 현행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르면 시비나 도비 또는 국비가 보조되는 사업 중 계약금액 20억원 이상의 공사는 1회 설계변경으로 인해 당해 계약금액이 10% 이상 증가할 때 설계변경 전에 의무적으로 시ㆍ도의 설계변경심사를 받도록 돼 있다. 이 사업엔 국비 41억원과 도비 1억7,400만원이 보조됐다.
군은 지난해 9월 21일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도급 변경 계약을 체결하기 며칠 전 담당 직원과 감리단장 등을 전남도에 보내 설계변경심사를 요청했지만 전남도는 “실효성이 없다”고 거부했다. 하청건설업체가 이미 4개월 전부터 변경 설계도서도 없이 절토 및 토석채취 공사를 진행했고, 공사도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 군이 뒤늦게 설계변경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군은 지난해 5월 1단계 사업부지 계획고에 대한 하향 조정을 검토하라고 감리단에 통보한 뒤 이에 적합한 암석 발파방식 변경 등에 대한 실정보고가 올라오자 이를 승인했고, 이 무렵부터 하청건설업체는 변경 설계도서도 없이 공사에 들어갔다. 설계변경 승인도 없이 사전 시공을 한 것이다. 이에 군은 전남도가 심사를 못하겠다고 나오자, 자체 일상감사를 통해 설계변경을 하고 공사도급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문에 사후에 작성된 설계변경 물량의 설계도면, 시방서, 단가산출, 변경공법 등이 과연 적정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실정보고 승인 당시 감리단과 시공사간 협의해 사업을 추진하라는 내용을 통보했다”며 “이는 전체 공정 등을 고려해 설계변경 전에 선(先) 시공을 하도록 승인해 준 것이라고 봐야 맞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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