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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열림센서, 현관문보조키…여성안심 홈 세트까지 등장

입력
2019.07.0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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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문을 ‘쾅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온몸이 굳어버렸어요.”

지난달 19일 새벽 6시. 대학생 한지연(23)씨는 자취하는 원룸에서 쾅쾅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한씨는 그 소리가 도로 소음이 아니라 누군가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라는 걸 알고 몸이 굳었다. 20분 동안 계속된 두드림이 끝난 뒤에도 그는 두려움에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출입문에 달린 비디오 창이 없어 문밖을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씨에게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은 남일이 아니었다.

최근 홀로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문을 열려고 하거나, 문이 잠겨 있는 상태에서도 문을 세게 두드리거나 강제로 열려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각종 대책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SS존(Safe Singles Zone)’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신청 기한은 7월 12일. 여성 1인가구 밀집지역을 SS존으로 선정, 신청을 통해 여성 1인가구 250가구, 여성 1인점포 50개소 등 총 300개소 안전장치 설치를 지원한다.

1인가구에 지원하는 안전장치는 '불안해소 4종세트'다. ▲디지털 비디오 창, ▲문열림센서, ▲휴대용 비상벨, 그리고 ▲현관문보조키다. 디지털 비디오 창으로는 벨을 누른 사람을 확인할 수 있고 화면 캡처도 가능하다. 문열림센서의 경우 문이나 창문을 강제로 열려고 할 때 경보음과 함께 지인에게 문자가 전송된다. 휴대용비상벨은 위험 상황에서 112와 지인에게 비상메시지를 자동 전송하고, 현관문보조키는 이중 안전장치로 도어락이 열려도 문이 완전히 열리는 것을 방지한다.

여성 1인점포에는 무선비상벨이 설치된다. 무선비상벨이 울리면 여성 1인점포와 가장 가까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침입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 경찰이 즉각 출동할 수 있게 된다. 시범사업 대상 지역은 양천구(목2동, 목3동, 목4동)와 관악구(신림동, 서원동, 신사동, 신원동) 2개 자치구로, 범죄 발생률과 여성 1인 가구 거주비중을 고려해 선정했다.

서울시 시범사업 신청 대상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 1인가구, 30세 미만 미혼모·모자가구 중 전월세 임차보증금이 1억원 이하인 주택에 거주하는 단독 세대주다. 1인점포는 여성 혼자 점포를 운영하는 곳이면 된다. 각 자치구 홈페이지(관악구청 www.gwanak.go.kr, 양천구청 www.yangcheon.go.kr)에서 신청서를 내려 받아 작성한 뒤 구비서류와 함께 담당자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관악구 남천동에 거주하는 김희정(26)씨는 “이런 사업은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씨는 “이번 시범사업에 우리 지역이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며 “우리 지역도 대상이 된다면 꼭 신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세나 전셋집에 사는 사람은 사업 지원 신청부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양천구에 거주하는 김승민(23)씨는 “신청을 하려고 해당 페이지에 들어가니 ‘전·월세계약서 상 집주인 동의 필수’라고 쓰여 있었다”며 “내 집이 아니니 당연한 절차라 생각하면서도 내 안전과 관련된 일인데, 집주인 허락이 없으면 못할 수도 있어 고민도 했었다”고 말했다.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대학생 권희원(26)씨는 “해당 사업은 누군가 따라와 집에 강제로 들어 오려 할 때 대응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호신용품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회사원 장수은(26)씨는 “사업 의도 자체는 좋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는 것들이 준비돼야 할 것 같다”며 “호신용품을 두면 스스로 대처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방안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업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대전에서 자취하는 서민지(25)씨는 “안전장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실질적 안전함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이 같은 사업이 여성들의 두려움을 재생산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일 “치안 관련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현 상황을 볼 때 이런 사업은 안 하는 것보단 도움이 되는 제도”라면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지원해주는 것도 좋지만 한 번에 모든 게 해결될 수는 없는 만큼 지속적인 대응 관리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영인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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