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긍정 반응…조만간 협의 나설 것
“전통과 역사의 프로기전 명인전의 부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30일 한국일보가 주최하고 경기도바둑협회가 주관하는 ‘2019 경기도지사배 전국 아마추어 바둑 명인전’이 열리는 경기 수원시 칠보체육관을 찾은 양재호(56) K바둑 대표의 말이다.
프로바둑 명인전은 한국일보가 1968년에 창설해 50여년간 국내 최고의 프로 기전으로 운영되다 2016년 마지막 우승자를 배출한 뒤 명맥이 끊겼다. 특히 단기 기전이 아닌 연중 리그전으로 운영돼 국내 프로기사들의 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명인전의 소실을 안타까워했던 양 대표는 두 달 전 모회사인 SG그룹 이의범 회장에게 명인전의 부활을 건의했고 이 회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표는 “지금 국내는 언론사 주최 바둑대회가 2개밖에 남지 않고, 한국리그전을 빼면 10여개의 소규모 이벤트대회밖에 없다”면서 “K바둑도 지난해 4개의 프로기전과 2개의 아마기전을 주최했지만 아무래도 명인전 같은 전통의 큰 대회를 개최하는 것만 못해 이번에 명인전 부활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2011~16년 한국기원 사무총장 시절 명인전과 관련을 맺었고 퇴임하는 해 명인전도 함께 소실돼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가슴 아파했다.
양 대표는 “일단 상금이 걸린 기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AI를 통한 바둑수업이 일반화하면서 프로기사들의 가장 큰 수입인 교육료도 줄고 있어 여러모로 프로기사들의 사정이 어려워졌다”면서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 프로바둑의 미래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 대표는 “실력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는 리그전인 명인전을 부활시켜 한국바둑의 재도약을 꿈꾸고 싶다”면서 “한국일보와 조만간 협의해 나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2017년부터 K바둑(한국바둑방송)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현역 프로기사(9단)로도 활동 중이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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