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미국 “포괄적” VS 북한 “단계적”… 타결 방식 접점 찾기가 ‘첫 번째 열쇠’

알림

미국 “포괄적” VS 북한 “단계적”… 타결 방식 접점 찾기가 ‘첫 번째 열쇠’

입력
2019.07.02 04:40
3면
0 0

 [향후 북미 실무협상 과제는] 

 北 “일괄 합의하기에는 신뢰 부족” 버티기… ‘동시 이행’에는 어느 정도 공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6ㆍ30 판문점 회동을 통해 북미 정상이 조만간 실무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양측의 비핵화 ‘셈법’은 여전히 판이하다. 특히 타결 범위에 대한 의견 차가 워낙 크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주고받을 실천 조치들을 전부 합의해놓고 이행에 들어가자는 게 미국 입장이라면 온전한 핵 능력을 노출할 수 있을 정도로 아직 미국을 믿기 힘들기 때문에 일단 부분 합의 먼저 도출한 뒤 이행 과정에서 서로 바라는 합의가 가능한 수준까지 진도를 나가자는 게 북한이 주장하는 해법이다.

일관된 북한의 비핵화ㆍ보상 교환 방법론은 ‘동시적ㆍ단계적’ 접근법이다. ‘단계적으로 합의하고 동시에 이행하자’는 것이다. 동시 이행은 ‘맞교환’을 뜻한다. 6ㆍ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따라 자신들이 완전한 비핵화(3항)를 위한 특정 조치를 취하면 미국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1항)과 평화체제 구축(2항)에 해당하는 조치를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령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폐기할 경우 이에 상응해 미국이 북미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종전(終戰)선언을 채택해 주는 식이다.

한때 ‘선(先)비핵화’를 고수하던 미국도 동시 이행 필요성은 인정한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다만 여기에 ‘병행적’ 접근이 추가됐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올 초 꺼내든 방법론이 ‘동시ㆍ병행적 진전’인데, 싱가포르 성명 순서(새 북미관계 수립→평화체제 구축→비핵화)를 근거로 북측이 비핵화가 가능하려면 보상부터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을 우려했으리라는 게 일각의 해석이다. 어쨌든 이행 방법론의 경우 양측이 큰 틀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세부 조합을 찾아내는 일만 사실상 남은 상태다.

문제는 협상 타결 방법이다. 대립이 워낙 첨예해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비핵화 및 상응 조치를 우선 낮은 수준부터 하나씩 협상해 합의하고 각 단계 이행이 성공할 경우 다음 단계로 나아가자고 주장한다. 단계적 또는 ‘점진적(incremental) 합의’다. 하노이 회담 때 북측이 영변 핵 물질 생산 시설의 폐기와 2016년 이후 채택된 5가지 유엔 대북 제재 결의 해제를 바꾸자고 고집한 것도 이런 입장에서였다.

반면 미국은 이를 미완성 합의로 간주한다. 미국이 원하는 건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치만 합의에 포함시키는 게 아니라 당장 이행하지 않더라도 폐기 대상이 망라된 최종 목표 지점에 미리 합의해두는 것이다. ‘포괄적(comprehensive) 합의’다. 최종 목표와 로드맵을 정해놔야 북한이 제재 해제 등 혜택을 뽑아 먹고 핵ㆍ미사일 개발로 복귀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비핵화 로드맵 설정을 위해서는 신뢰가 충분히 축적되기 전에 결코 못하겠다고 버티는 핵 목록 신고가 필요하다.

결국 북미 실무 협상이 진전을 이루려면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합의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게 급선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국의 포괄적 합의 방식을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지가 협상 진전의 관건”이라며 “미국도 비핵화 최종 상태 설정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상응 조치 청사진을 성의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