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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비핵화 진검승부’… 북미 다시 디테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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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비핵화 진검승부’… 북미 다시 디테일 전쟁

입력
2019.07.01 17:46
수정
2019.07.01 22:3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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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생산적 대화 재개”… 폼페이오 “7월 중순 시작, 北 외무성 상대”… 정상회담 전제 없는 실무협상 첫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에서 남북 경계석을 넘어 북한 땅을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에서 남북 경계석을 넘어 북한 땅을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회동을 통해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함에 따라 북미간 본격적인 비핵화 진검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포괄적인 빅딜 타결을 원하는 미국과 단계적 비핵화를 원하는 북미간 입장 차로 험로가 예상되지만, 북미간 비핵화 논의의 실질적 무대가 사실상 처음 마련됐다는 점은 협상 진전의 청신호로 해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북미 정상간 판문점 회동 사실을 전하면서 “(북미 정상은)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나가며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하셨다"고 전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인 협상과 합의를 하겠다는 점에 대해 합의했다”며 대화 재개 합의를 북측이 확인한 것이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판문점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아마도 2,3주 내, 즉 7월 중순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의 카운터파트로 외무성을 상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대미 협상 라인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중심의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교체된 것을 확인했다. 미국 측 실무 협상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끌며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거론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외무성의 누가 나올지 모르지만, 두어명 중의 한 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7월 중순 실무 협상이 재개되면 지난해부터 시작된 북미 비핵화 대화의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된다. 북한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담판을 추구하며 실무 협상을 사실상 거부해왔다. 북한은 정상회담 일정을 먼저 확정한 후에야 실무 협상에 나왔으나 그마저도 촉박한 일정에다 핵심적인 비핵화 분야는 정상간 논의로 미뤄 급기야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는 파국을 맞았다.

이번 실무 회담은 정상회담 일정이 전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향방을 점치기 어렵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은 오히려 제 궤도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다. 판문점 회담으로 실무 협상의 문을 열고 다시 실무 협상의 결과로 정상회담이 이어져 톱다운(Top down)과 바텀 업(Bottom up)의 양 바퀴로 굴러가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북미가 실무 협상을 통해 차기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까지 갈 길은 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괄적 합의’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서두르지 않겠다. 속도보다 올바른 협상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고, 폼페이오 장관도 “신중한 속도로 진행할 것이다”며 속도조절을 재확인했다. 이는 초기 비핵화 조치에서 비핵화 로드맵까지 일괄 타결하는 빅딜론의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며 일부 시설에 대한 비핵화 논의에 국한해온 북한의 협상 전략과 충돌하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 차로 실무 협상이 표류해 북한이 다시 협상을 거부하며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미 행정부 내부에서 북핵 동결론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며 트럼프 정부의 새 핵 협상 시나리오가 마련될 가능성을 거론했으나 비건 대표는 곧바로 “현재로선 어떠한 새로운 제안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이러한 추측이 나오는 것과 관련, 보도에 대해 “비난받을만한 시도”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는 호기심을 갖고 NYT 기사를 읽었다”며 “어떠한 NSC 참모도 나도 북한의 핵 동결에 만족하려는 어떠한 바람에 대해서도 논의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통령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려는 누군가에 의한 비난받을만한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에 대한 응분의 대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이 차기 정상회담 전제 없이 실무 협상에 나오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협상 타결의 실마리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특히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등 협상단 교체를 주장해왔던 북한이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는데도 실무 협상에 나오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미국 측에서도 비건 대표가 지난달 19일 북한에 실무 협상 재개를 촉구하며 “양측은 유연한 대응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그간 유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해도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정부 내 강경파를 설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며 “북미가 원론적 입장에선 차이를 보이지만, 모든 것을 올려 놓고 실질적 논의에 들어가면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간 다양한 조합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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