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마이너리티, 이런 건 어떨까요]<32> 직업계고 근로자
고졸 취업을 활성화하려면 산업 구조의 변화에 맞춘 전문 직업 교육을 실시하고 이에 적합한 고졸 직무를 적극 개발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현장에서는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은행 창구’와 같은 양질의 고졸 직무들이 빠르게 줄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도 올해 초 발표한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직업계고의 학과 개편을 추진 중이다. ‘기계과’에서 스마트공장 운용 인력을 양성하는 ‘스마트기계과’로, ‘지적건설과’는 드론을 활용하는 ‘드론공간정보과’로, ‘금융마케팅과’는 ‘스마트금융경영과’로 개편하는 식이다.
이런 조치가 단순히 간판만 바꿔 다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전문 인력 양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조용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산업이 발전하면서 파생되는 분야에 대한 자격증을 소지한 교사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로봇,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핀테크, 빅데이터와 같은 분야의 학과가 신설되고 있으나 전문 교원이 없다”고 호소했다. 대표적으로 공업계열 특성화고에 많은 자동차학과만 하더라도 아직 자동차 교과에 대한 교원자격이 없어 유사 과목인 기계과 교사가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특성화고의 자동차학과는 ‘정비 인력’으로 대거 빠지는 만큼 기계과 교사의 역량으로는 직업교육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동시에 고졸에 적합한 직무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박동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현재로서는 고졸자와 전문대 졸업자가 할 수 있는 일이 겹친다”며 “컴퓨터 보안시스템을 유지하는 일이나 드론을 유지보수하는 일 등 정부가 고졸에 맞는 일자리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졸 취업자가 꾸준히 자신의 분야에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교육부는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통해 직업계고 졸업생이 취업 후 3년이 지나면 재직자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해서 부족한 업무 전문성을 더 키우도록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과 학교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본래 취지와 달리 대부분 퇴사한 뒤 대학에 가는 경우가 많다.
송달용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장은 “기업 입장에서도 후진학을 통한 직원들의 능력 개발이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게 하고, 학위를 받았을 경우 원래 직장의 인사에 반영하도록 하는 등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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