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래슐리, PGA 첫 우승
대학생 때 경기 보고 가다 사고… 당시 여자친구까지 잃는 비극
앞 선수 기권으로 참가한 로켓 모기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눈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 최종라운드가 열린 1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골프클럽(파72ㆍ7,334야드) 18번 홀에서 세계랭킹 353위의 무명 골퍼 네이트 래슐리(37ㆍ미국)가 생애 첫 우승을 거둔 순간 갤러리 사이에선 한 여성이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박수를 쳤다. 우승자의 여동생 브룩 래슐리였다.
그날 진한 포옹을 나눈 래슐리 남매는 이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 부모님을 떠올리며 또 울었다. 래슐리 남매의 부모님은 15년 전, 대학생이던 아들의 골프 경기를 보고 집으로 향하던 중 비행기 사고로 숨졌다. 당시 같은 비행기엔 네이트 래슐리의 당시 여자친구도 탑승해 함께 숨을 거뒀다. 남매에겐 인생 최대의 충격이자, 고난이 시작된 계기였다.
네이트 레슐리는 이후 그저 그런 골프선수로 나이 들어갔다. 2005년 프로로 전향했지만 생계를 위해 부동산 중개업을 겸하면서 규모가 작은 투어 대회에 참여해 상금을 쌓는 ‘투잡’ 선수로 버텨왔다. PGA 투어 라틴 아메리카에서 3승, PGA 2부인 웹닷컴 투어에서 재작년 우승을 거둔 게 성과라면 성과였다.
산전수전 끝에 지난해 PGA투어에 입성했지만, 첫 시즌 참가한 17개 대회 가운데 컷을 통과한 대회가 8개밖에 안 될 정도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번 시즌엔 ‘B급 대회’로 여겨지는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공동8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이번 대회 출전권도 원래는 그의 몫이 아니었다. 애초 이 대회 156명의 출전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대기 1순위 선수로 이름을 올려놨는데, 대회 개막 이틀 앞두고 기존 출전자인 데이비드 버가니오(미국)의 기권으로 기회를 잡았다. PGA 투어에 따르면 그의 여동생은 “2주 전까지만 해도 디트로이트에 올 거란 생각은 못 했다”고 했다.
비극에 가까운 골프인생을 살아 왔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ㆍ전 경기 선두)’ 우승을 차지하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3라운드까지 23언더파로 2위에 6타 앞섰던 래슐리는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를 기록, 2위 닥 레드먼(미국ㆍ19언더파 269타)을 6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그는 우승 후 “항상 부모님을 생각했다”며 “그들 없이 지금의 나는 여기 서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비로소 고마움을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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