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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골드버그 머신의 아이러니(7.4)

입력
2019.07.04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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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카투니스트 골드버그의 '골드버그 머신- 냅킨으로 입 닦아주는 기계' 그림이다.
미국의 카투니스트 골드버그의 '골드버그 머신- 냅킨으로 입 닦아주는 기계' 그림이다.

‘골드버그 머신(Goldberg Machine)’이란 말을 처음 들어보는 이는 있어도 한 번도 못 본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다수는 상상 속에서 스스로 골드버그 머신을 만들어 보기도 했을지 모른다. 골드버그 머신이란 그다지 쓸모없는 기능을 하는, 아주 복잡하고 수고스러운 공정을 수행하는, 그렇게 고안된 기계를 일컫는다. 즉 골드버그 머신은 ‘문명’의 상징이라 할 만한 기계의 존재론적 지향에 대놓고 반항하는, 비효율과 쓸모없음을 지향하는 기계다. 밥을 떠먹여 주거나 식사 후 냅킨으로 입을 닦아주는 기계, 등을 긁어주는 기계, 전등을 켜거나, 못을 박거나, 혀 대신에 우표에 침을 발라주는 기계 같은,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흔히 봐온 우스꽝스러운 기계 장치들이 모두 골드버그 머신이다.

골드버그는 그 기계를 처음 고안한 미국의 카투니스트 겸 공학자 루벤 개릿 루시어스 골드버그(Rueben Garret Lucius Goldberg 1883.7.4~1970.12.7)의 이름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나고 자라 캘리포니아 버클리 공대를 졸업한 그는 어려서부터 그림(만화)을 좋아했다고 한다. 대학 졸업후 엔지니어로 취직했다가 금세 사표를 내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삽화가가 됐다. 이후 그는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지의 여러 매체에서 카투니스트로 일했고, 48년 핵무기 시대의 파국적 위험을 풍자한 그림으로 그해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1914년 선뵌 ‘살 빼기 자동기계’ 그림 이후 잇달아 내놓은 ‘골드버그 머신’ 그림으로 더 유명해졌다. 그는 “내 기계는 최소의 결실(minimum results)을 위해 최대의 노력(maximum effort)을 쏟을 수 있는 인간 능력의 상징”이라며 공리-실용주의의 시대에 어깃장을 놓았다.

그의 의도와 달리, 기계문명의 세상은 그의 발상(기계)을 창의 교육의 수단, 혹은 창의와 인내의 성취의 도구로 응용했다. 1987년 미국 인디애나 주 퍼듀대학이 골드버그 머신 연례 경진대회를 시작한 이래 한국 등 전 세계 여러 학교와 단체가 유사한 행사를 벌인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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