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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차량공유서비스 해법, 이용자 관점에서 찾아야

입력
2019.07.02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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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우버 본사. 포토아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우버 본사. 포토아이

과거에는 해외에 도착하면 우리나라와 달리 발전한 문물을 보고 놀랄 때가 많았으나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한 이후에는 그럴 일이 거의 없다. 공항도 인천국제공항이 세계적인 수준이고 거리의 모습이나 차량의 다양함, 그리고 사람들의 옷차림을 봐도 우리나라는 이미 잘사는 나라로서 손색이 없다. 특히 사람들이 늘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을 들고 5G 이동통신이나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지난주에 세계 대학도서관 콘퍼런스에 참석차 호주 퍼스에 갔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서비스를 체험하게 됐다. 심야에 도착했기에 예전 같으면 세관을 통과하자마자 택시 타는 곳을 찾아 가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갔겠지만 이번에는 차량공유서비스 우버의 표지판을 찾아 우버 승하차하는 곳으로 바로 갔다. 퍼스 공항에는 우버 차량을 타고 내릴 수 있는 곳이 따로 지정되어 있었는데 그 위치도 공항 청사 출구에서 매우 가깝고 찾기도 쉬웠다. 우버 앱을 열고 목적지를 입력하고 원하는 차량의 등급을 선택하니 주변에 있는 우버 차량들이 화면에 보였고 곧 3분 내에 차량번호 ○○○인 회색 차량이 도착하는데 요금이 얼마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약속한 시간 내에 예약된 차량이 지정된 장소에 나타났고 짐을 싣고 바로 출발했다.

그날 나를 태운 운전자는 싱가포르 출신 이민자였는데 병원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퇴근 이후나 주말에 아르바이트 목적으로 우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따로 정산할 필요가 없이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로 결제가 됐다는 메일이 왔고 우버 앱의 메뉴에 운전자를 별점으로 평가해 달라는 메시지가 떴다. 우버 서비스는 요금이 당연히 택시 요금보다는 상당히 저렴했고 무엇보다도 이용하기에 편리했다. 그저 평소에 카톡을 쓰듯이 스마트폰 앱을 열고 몇 가지 필요한 작업만 하면 됐던 것이다. 외국인 입장에서 바가지요금에 희생될 일도 없었고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기록되기에 안전도 보장됐다.

우버 서비스는 작년에 필자가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이나 영국 버밍엄을 방문했을 때 이용했던 수준보다 더 발전해 있었다. 호주에서도 우버와 택시업계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었기에 운전자에게 물어봤더니 매년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택시 등록비를 상당히 감면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갈등을 해결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호주도 사람이 사는 사회이기에 기득권을 지키려는 택시업계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우버 사이에 충돌이 있었고 사회적인 이슈가 됐지만 결국은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 타협함으로써 소비자가 혜택을 보게 된 것이었다. 필자는 호주에 머무는 3일 동안 시내에서 이동할 때나 귀국을 위해 공항으로 이동할 때도 당연히 우버 서비스를 다시 이용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우버, 그랩, 디디추싱 등 차량공유서비스가 일상생활 속에 뿌리를 내렸다. 우리나라보다 IT 인프라가 약하고 경제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도 소비자들은 차량공유서비스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자칭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업계의 갈등과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차량공유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차치하고 일반 국민들도 상당한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에 서울 택시의 기본요금이 올랐지만 달라진 것은 없기에 차량공유서비스의 부재는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도 시장의 서비스도 고객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 법이다. 신ㆍ구 업계의 이해관계 충돌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고객을 외면한 이전투구는 공멸을 초래할 뿐이므로 더 늦기 전에 이용자 관점에서 차량공유서비스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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