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초소형 전기자동차 대구ᆞ경북 95대 등 전국 1000대 보급
“하루 1,000통을 배달하려면 오토바이로 골목을 누벼도 숨이 턱에 닿는데 자동차로 다니라고요?”
우정사업본부가 근무환경을 개선한다며 다음달부터 전국 집배원에게 오토바이 대신 초소형 전기자동차를 보급키로 해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다음달 대구ᆞ경북 95대 등 전국에 1,000대의 전기차를 보급한다. 또 내년까지 우편배달용 이륜차 1만5,000대 중 66%인 1만대를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다.
하지만 노조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6, 11월 두 차례 시범운행에서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압도적일 정도로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시범운행에 나섰던 경북지방우정청 집배원은 “초소형 전기차의 경우 미국처럼 도로 양쪽으로 주택이 있거나 세종 신도시처럼 도로정비가 잘된 곳은 적합하지만 골목이나 주택가는 물론 아파트 단지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북지방우정청에 따르면 이곳에서 하루 평균 처리하는 등기와 소포는 30여 만개로 2,000여 명의 집배원이 8~15명으로 팀을 나눠 1인당 200~1,000개를 배달한다. 현재 배달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와 1톤 차량이며, 오토바이는 1,620여 대로 90% 이상을 차지한다.
한 집배원은 “전기차로는 접근성이 떨어져 하루 1,000개 우편물량 중 60%인 600개 정도를 배달하는데 그친다”며 “배달이 밀리면 다른 집배원의 부담이 되거나 다음날 업무가 곱빼기가 되는데 누가 전기차를 타겠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또 다른 집배원은 “시동 거는 시간도 아까워 아예 시동을 켜 놓은 채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건물 사이를 뛰어다녀야 간신히 할당량을 끝낼 수 있다”며 “친환경도 좋지만 어떻게 일을 해야할 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정본부 측은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정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전국의 집배원 80명, 105명, 277명에 대해 각각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 이상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오토바이가 인도를 침범하고 역주행을 하기 때문에 기동성이 있는 것”이라며 “안전한 운행과 환경적인 여건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배원들은 “전국의 집배원 1만6,100명 중 극소수를 다수의 여론으로 둔갑시켜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탁상행정을 강행하려 한다”며 “시범운행을 할 때 집배원들도 서로 전기차를 타지 않으려고 다퉜다”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