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박영미씨는 지난해 말 20층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베란다 공간에 홈카페를 꾸몄다. 창 밖을 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바 테이블을 베란다 창가에 설치했다. 박영미씨 제공

3년 전부터 프리랜서 서체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이가희(34)씨는 종종 카페를 사무실 삼아 일한다. 그러다 커피의 매력을 알게 됐지만, 카페인에 약한 편인 이씨는 늦은 오후에는 커피를 마실 수 없었다. 심장이 두근거려 잠을 자기 어렵기 때문. 그러던 중 커피 원두 공장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원두의 신선도나 종류에 따라 머리가 아프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부작용이 달라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씨는 그 길로 ‘홈 카페’를 차렸다. 집에서 더 건강하게 커피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모카포트(증기압의 힘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주전자 모양의 커피 추출 기구)와 같은 간단한 기구로 시작해 점차 핸드드립 커피를 배우고 관련 기구도 다양하게 구비했다. 이제는 핸드드립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줄 아는 준전문가가 됐다. 한 달에 소비하는 커피 원두 양만 약 1㎏, 10만원어치는 된다. 이씨는 “내가 원하는 대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게 홈 카페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앞으로는 로스터기로 집에서 직접 원두를 볶는 것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집에서도 커피를 전문적으로 즐기는 ‘홈 카페’가 인기다. 이씨 같은 ‘홈카페족’은 간단하게 질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캡슐 커피 머신부터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콜드브루 기구, 핸드드립 기구 등 2, 3개가 넘는 방식을 활용한다. 오롯이 커피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싶어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카페가 아닌 집 안으로 커피 추출 기구가 들어 온 것이다.

고양시에 사는 40대 조지윤씨는 홈카페가 자신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말했다. 주말이면 근처 유명한 디저트 가게에서 마카롱 등을 사와 맛있게 내린 커피와 함께 먹는 일이 소소한 삶의 재미라는 얘기다. 조씨는 “’일리’나 ‘네스프레소’에서 나온 캡슐커피 머신도 있고 ‘보덤’ 핸드드립 기구도 사용한다”며 “내가 원하는 맛을 찾아서 추출 기구나 원두를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박영미씨는 일리 캡슐커피 머신과 핸드드립 기구 등 다양한 커피 관련 기구를 구비해 다양한 방식으로 집에서 커피를 마신다. 박영미씨 제공

대표적인 커피 머신 업체인 일리는 올해 들어 한국 시장에서 커피 머신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선 에스프레소 캡슐커피 머신(Y3.2)의 인기가 높아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일리의 한국 사업 파트너인 큐로홀딩스의 윤상진 이사는 홈 카페의 인기에 대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공간 등을 표현하는 문화가 확산됐고, 고품질의 커피를 집에서 마실 수 있는 수단도 다양해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커피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반자동 커피머신 판매도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 ‘프레소 홈카페’를 운영하는 ㈜코디아아이앤티의 선혜연 마케팅 담당 과장은 “전자동과 달리 반자동 커피머신은 원두를 분쇄할 때 굵기는 물론 물의 온도와 양 등도 모두 사용자가 지정해야 한다”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만들 수 있어 좋지만 그만큼 커피에 대해 잘 알아야 만질 수 있는 기계인데, 최근 그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카페를 즐기는 조지윤씨는 최근 보덤 핸드드립 관련 기구들을 마련해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신다. 조지윤씨 제공

인천에 사는 박영미(42)씨는 지난해 말 이사를 하면서 베란다에 홈 카페 공간을 만들었다. 이전부터 커피를 즐겼던 터라 집안에 카페 같은 공간을 두고 싶었는데, 마침 아파트 고층(20층)으로 이사 온 김에 실행에 옮겼다. 베란다 창 쪽으로 바 테이블을 설치하고 의자를 나란히 두고 나니 근사한 홈 카페가 됐다. 이제는 부부가 일주일에 다섯 번은 넘게 찾는 ‘최애’ 카페가 됐다. 박씨는 “남편과 집에서 편하게 커피도 마시고 가끔은 와인도 한잔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부엌 한 편에 캡슐 커피 머신, 핸드드립 기구, 콜드브루 기구 등을 구비해 두고 기분에 따라 골라 마시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테리어업체 후스인의 김광선 대표는 “베란다 공간 활용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전처럼 거실을 확장하는 대신 베란다에 테이블을 놓고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는 공간으로 쓰고 싶다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전반적인 집 인테리어를 카페와 비슷한 분위기로 꾸미고 싶어하는 상담도 많다고 설명했다.

홈 카페가 인기를 끌다 보니 다양한 음료 제조법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래머나 유튜버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매일 같은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는 색다른 컵에 새로운 음료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아이디어 넘치는 음료 제조법들이 공유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45만명, 유튜브에서는 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예나’는 최근 ’나만의 시크릿 홈카페’라는 책을 냈다. 이제까지 SNS 계정을 통해 공유한 자신만의 음료 제조법 등을 갈무리한 내용이다. 예나는 “인기 있는 카페를 찾아가면 기다리다가 지쳐 돌아오기 일쑤였다”며 “내가 직접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 홈 카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홈 카페의 매력에 대해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개인 취향에 맞는 음료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가희씨는 최근 원두를 직접 갈 수 있는 그라인더(왼쪽 상단)를 구매했다. 핸드드립 중에서도 푸어 오버(오른쪽 상담)와 케멕스(왼쪽 하단) 방식으로 주로 커피를 내려 마신다. 가끔은 드립백(오른쪽 하단)을 이용해 편리하게 커피를 즐기기도 한다. 이가희씨 제공

홈 카페 인기에 커피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18년째 열리는 커피 전시회인 서울카페쇼 오윤정 사무국 이사는 “카페를 운영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B2B 행사로 시작했는데 점차 개인 관람객들이 많아졌다”며 “이제는 전시회 참여업체의 30~40%는 홈카페를 겨냥한 제품을 다룬다”고 말했다.

홈카페 인기를 읽어낸 대표적 사업이 ‘원두 정기배송 서비스’다. 2013년 원두 정기배송 사업을 선도적으로 시작한 빈브라더스의 홍원범 온라인 사업부 팀장은 “매달 좋은 커피를 선정해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는 게 정기 배송 서비스의 기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슬로건도 ‘당신만의 커피 가이드’라고 정하고 매달 2개의 커피를 전문가들이 추천한다. 빈브라더스는 최근 매출이나 사용자수 모두 약 3년 전에 비해 6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커피 온라인 쇼핑몰 카페뮤제오는 최근 아웃도어용 커피용품을 확충했다. 집 안 뿐만 아니라 야외에서도 질 좋은 커피를 마시고 싶어하는 개인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진수영 카페뮤제오 이사는 “한국 소비자들은 단순히 커피를 즐기기보다 더 전문적으로 커피를 배우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수요를 감안해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 뮤제오에서 판매하는 아웃도어용 커피머신 ‘와카코 컴프레소’는 야외에서도 쉽게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실 수 있는 기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카페 뮤제오 홈페이지 캡처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