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ㆍ9절 이전 추진할 가능성”… “톱다운 방식으론 한계” 신중론도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뒤 중단됐던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급진전될 전망이다. 30일 사실상 3차 정상회담 성격으로 판문점에서 열린 전격 회동을 통해 북미 정상이 실무팀을 꾸려 차기 정상회담 의제 협상에 나서기로 합의하면서다. 하지만 교착된 협상의 돌파구를 정상끼리 만들어가려는 톱다운(하향식) 해법이 ‘하노이 노딜’로 이미 한계를 드러낸 데다 두 정상이 실질적으로 주고받은 게 없는 상황에서 실무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이날 판문점 회동의 최대 성과는 북미 정상이 하노이 회담 뒤 4개월 만에 다시 만나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우호적 감정이 지속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는 사실이다. 워낙 복잡하고 이해관계 대립이 첨예해 길어질 수밖에 없는 비핵화ㆍ보상 협상인 만큼 동력이 소진되지 않으려면 평화 프로세스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최고 지도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정상의 회동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징후는 최근 분명했다.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3번째 생일(6월 14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도 답신을 보내 호응한 뒤 이 사실을 공개했다. 이런 ‘친서 외교’가 이번 전격 회동으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나아가 북미 간 비핵화ㆍ보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3차 정상회담의 디딤돌도 이번 회동을 통해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 회동한 뒤 언론에 “앞으로 많은 복잡한 일이 남았지만 우리는 이제 실무진의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인 협상을 하겠다는 데에도 합의했다”고도 했다. 실무 협상 재개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많은 실무진이 노력해왔다”며 “비건 대표가 (실무팀) 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만간 실무 협상이 개시되면 늦어도 9, 10월에는 차기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하노이 회담이 차기 협상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연합뉴스 등 국내외 7개 뉴스통신사와의 합동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하노이 회담을 통해 북미 양국은 서로가 원하는 것을 협상 테이블에 모두 올려놓고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정권 수립 기념일인 9ㆍ9절(9월 9일)이나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인 10ㆍ10절(10월 10일) 전에는 북미 회담 성공 결과를 대내에 제시하기 위해 북한이 적극성을 띨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 역시 뚜렷하다. 이번 판문점 북미 회담은 비핵화 개념과 타결ㆍ이행 방법론, 비핵화 단계별 보상 조치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양측 간 입장 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의제 관련 사전 실무 협상 없이 이벤트 자체에 초점을 맞춘 급조(急造) 회동이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논의의 구체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실무 협상 난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실무 협상 성과가 있어야만 차기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입장이 애초 확고했던 데다 북한을 대화 궤도에 붙잡아두고 핵ㆍ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 유예)을 유지하게만 해도 대선 국면에서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딱히 없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영변 내 핵 시설들의 확실한 폐기 외에 추가 카드를 내놓기 힘든 북한의 처지를 감안해 이에 대한 상응 조치를 만들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게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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