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 때 사망한 미군병사 이름 따… 군사분계선과는 불과 25m 거리
레이건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 찾아… 트럼프 “DMZ서 모든 위험 사라져”
“DMZ는 매우 위험한 곳이었는데 북미정상회담 이후 모든 위험이 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오울렛 초소(OP)를 찾아 북한 쪽을 바라보며 이 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분단의 상징인 최전방 초소에서 ‘대결’이 아닌 ‘평화’를 강조함으로써 DMZ를 찾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스스로를 차별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미국 대통령 전용헬기인 마린원을 타고 DMZ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전용헬기를 타고 DMZ로 향했다. 양국 정상은 DMZ에서 만나 차량을 함께 타고 오울렛 초소 전망대로 향했다.
두 정상은 초소에서 DMZ에서 진행 중인 남북 공동 유해발굴 작업을 비롯한 군사 긴장 완화 조치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며,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성공단 사업 재개 문제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오울렛 초소는 군사분계선(MDL)과 가장 가까운 최전방 경계 초소로, 유엔군사령부가 경비를 맡고 있다. 군사분계선과 불과 25m 떨어져 있다.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다 전사한 미군 조지프 오울렛 일병의 이름을 딴 곳이다. 쌍안경으로 보면 군사분계선 너머로 북한 마을이 한눈에 보여 남북 대치의 상징적인 곳으로 꼽힌다.
미국 대통령이 방한 때 DMZ를 찾는 것은 일종의 관례였다. 1983년 11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오울렛 초소에서 1㎞ 떨어진 콜리어 초소를 찾아, DMZ를 찾은 첫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이후 DMZ에 발을 디딘 미국 대통령은 모두 오울렛 초소를 방문했다.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 2002년 2월 조지 W 부시 대통령, 2012년 3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초소를 다녀갔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11월 방한 당시 헬기를 타고 이곳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기상 악화로 계획을 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30일 오울렛 초소 방문은 ‘한미 정상의 첫 번째 공동 방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군복 차림으로 오울렛 초소를 찾은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빨간 넥타이에 양복 차림이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초소를 둘러본 뒤 인근의 미군 부대인 캠프 보니파스의 장병 식당을 들렀다. 문 대통령은 장병들에게 “공동경비구역(JSA)은 대결과 분쟁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바뀌고 있다. 여러분은 위대한 역사의 변화를 보고 있는 현장에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한미 장병들과 악수한 뒤 식당 내부 벽돌에 펜으로 각각 서명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부 슬로건인 ‘같이 갑시다’가 새겨진 골프복과 모자를 트럼프 대통령에 선물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 등 양국 군 수뇌부가 두 정상을 수행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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