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비무장지대(DMZ) 만남에 미 언론사들은 모두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현직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대대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번 회동을 통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물꼬를 다시 트고, 양국 관계를 재설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둔 양국의 입장 차가 여전히 막대한 탓에 앞으로 진행될 실무 협상을 통해 ‘상징적 만남’ 이상의 결과물이 나올지는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이번 만남으로 북한에게 프로파간다(선전) 승리를 안겨준 셈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30일 미 CNN 방송과 폭스뉴스 등 주요 뉴스 채널은 미국 현지 시간으로 일요일 새벽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도착부터 자유의 집에서의 즉석 회담까지 3시간 넘도록 뉴스 특보를 전달하며 두 정상의 만남을 자세히 분석했다.
CNN은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극적인 관계 진전”이라면서 “이제 양국 관계는 다시 확고히 정상 궤도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 약속이 성사될 경우 북한 지도자로서는 최초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라며 양국 정상의 관계 진전 가능성에 주목했다.
AP통신 역시 “엄밀히 말해 아직 전쟁 중인 미국과 북한이 지난 1년간의 화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역사적인 ‘첫 기록’을 만들어냈다”라면서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이후 끊겼던 양국 정상 간의 접촉이 재개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마련된 전례 없는, 카메라 친화적인 친교의 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회동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3주 내 팀을 구성해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면서 실무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만남은 장래에, 올해 말 더 실질적인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NYT는 “비판론자들은 DMZ 회동을 두고 미화된 사진 촬영 기회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서,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가 이번 회동을 두고 “리얼리티 TV쇼”라 혹평했다고 전했다. 빅터 차 석좌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상황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과 검증 가능한 협정, 평화 조약으로 이어져야만 ‘역사적’”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는 그저 멋진 사진, 화려한 행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상징성’을 넘어설지는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AP는 이번 만남이 북한에 ‘선전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지 못해 온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귀중한 ‘선전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이어 “역대급 쇼맨(ever the showman)인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전임 대통령들보다 한 수 앞서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이번 회동의 배경에는 본인의 정치적 유산을 남기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이 있다고 AP는 분석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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