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남북미 정상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전격 회동한 30일 오후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최상위를 차지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니었다. 전날 오후 8시 45분 추첨한 ‘제865회 로또 당첨번호’가 1위를 지켰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판문점에 먼저 도착해 기다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난 이날 오후 3시 이후에도 전 연령대 급상승 검색어 1위는 변함 없이 로또당첨번호다.
급상승 검색어는 데이터랩이 검색 횟수가 급상승한 검색어의 순위와 추이를 연령별, 시간대별로 제공하는 정보다. 로또당첨번호는 이날 오전 내내 ‘전미선’에 이어 2위에 머물다 11시 51분쯤 1위로 올라섰다. 남북미 정상들이 분단 이후 최초로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 돌아오는 역사적인 이벤트가 벌어진 오후 3시 47분 이후에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을 법한 30대, 40대, 50대 이상에서 로또당첨번호는 부동의 1위였다.
오후 4시 기준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순위는 로또당첨번호에 이어 ‘오울렛초소’, ‘DMZ’, ‘도티’, ‘김정은’, ‘트럼프 나이’가 순서대로 2~6위에 올랐다.
데이터랩 기록을 보면 매주 일요일 로또당첨번호는 급상승 검색어의 최강자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23일 16일 9일 오후 4시에도 로또당첨번호는 확고한 1위였다.
세계 역사에 기록될 순간, 게다가 한국인들에게는 현실이자 미래를 좌우할 초유의 행사인데도 로또당첨번호가 검색어 1위를 지키자 “트럼프 방한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정치에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자조도 나온다. 한미 정상이 청와대에서 만찬을 가진 29일 오후에도 전체 연령대 급상승 검색어 순위 10위 안에 트럼프 대통령 등이 진입하지 못한 것을 근거로 드는 이도 있다.
반면 정보의 양이나 수용자의 입장에서 따지면 이해 못할 일이 아니란 의견도 적잖다. 남북미 정상회담은 TV나 포털사이트 등에서 쉬지 않고 일방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남북미 판문점 회동은 하루 종일 모든 채널에서 생중계를 해주니 굳이 검색할 필요가 없고, 로또당첨번호는 직접 검색해서 확인하지 않으면 누가 알려주지 않는 게 차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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