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 20개국(G20) 회의 중 정상회담에서 관세 추가 부과 중단 및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하면서 양국 무역분쟁의 최대 피해국인 우리나라 경제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일시적 성격이 강해 양국 협상 전개와 국제 경제의 움직임에 따라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우리 경제의 개선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30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전날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분쟁 악화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자금 흐름에 있어 ‘위험 선호적’ 태도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 경우 한국 시장 역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휴전’에 돌입해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경우 한국 시장과 원화 역시 이득을 볼 자산으로 지목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도 미중 휴전 합의에 따른 ‘안도 랠리’를 예상했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정상회담 내용이 알려진 28일 이미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도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다. 앞서 연준은 대중 무역협상의 전개 상황을 살피면서 기준금리를 내릴 의사를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정상 간 합의가 연준이 완화적 입장을 철회할 만큼 상황을 개선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소재 증권사 넷웨스트마켓의 만수르 모히우딘 선임전략가는 “G20 회의 이후의 긴장 완화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유지할 것이며, 신흥시장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 향후 미중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알 수 없는 데다가 G20 회의를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분쟁 대상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 자산운용사 베어링스는 미국발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한국의 수출이 급감했다면서 우리나라를 대만ㆍ싱가포르와 함께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장’으로 지목했다. BoA 역시 “무역분쟁이 격화하지 않더라도 미중 양국을 비롯한 세계적 차원의 경기 둔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부도 미중 무역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위험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하반기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던 요인 중 하나가 증폭되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종국에는 (미중) 양측이 종전해야 하는데 그렇게 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단기간 내에 악화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확실히 좋아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