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휴전 국면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정상회담에서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미국은 3,250억달러 상당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중단, 화웨이 제재 완화 방침 등의 유화책을 내놓았고, 중국 역시 그에 앞서 미국산 대두 54만4,000톤을 주문하는 나름대로 구체적인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미중 정산 간 담판의 성과는 ‘확전 자제’ 정도일 뿐,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했던 핵심 쟁점에서의 이견을 좁힌 건 아니어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많다. 향후 최종적인 협상 타결, 곧 무역 전쟁의 ‘종전(終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30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전날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도중 80분간 회담을 갖고 무역전쟁 휴전 및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당분간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그들(중국)은 우리의 농가 제품들을 구매할 것”이라며 “중국이 구매했으면 하는 (미국산) 제품 목록을 중국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미중 갈등을 격화시킨 중국 통신장비제조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도 조만간 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부품 공급을 허락하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과의 이번 회담에 대해 그는 “훌륭한 회담이었다. (미국과 중국은) 다시 협상의 길로 돌아갔다”는 총평을 남겼다. 그는 방한 중인 30일에도 한국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회동 직후 “(시 주석과) 아쉽게도 최종 합의는 못 했으나 오사카 회담을 계기로 미중 무역협상이 정상 궤도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경우, 이날 기자회견을 하진 않았지만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미중) 양국이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롭고 싸우면 모두 상처를 입을 것이다. 협력과 대화가 분쟁이나 대립보다 좋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말해 긍정적 대화가 오갈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 인민일보도 회담 직후 무역 협상 재개 소식을 전하면서 “양측 협상단이 조만간 구체적 문제에 대해 논의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로써 꽉 막혔던 미중 무역 협상의 물꼬는 일단 트이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 양측의 ‘합의’를 낙관해도 될 만큼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컨대 화웨이 사안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상 마지막까지 지켜볼 것” “국가안보에 문제가 없는 장비나 부품은 팔아도 좋다” 등의 단서를 달아 당장 블랙리스트에서 빼진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무역협상 연계’와 ‘판매 허용’이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던진 일종의 조건부 승낙인 셈이다. 최대 쟁점인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 시정을 위한 법률 개정 문제도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번 회담에 대해 “근본적인 분쟁 해결에 있어선 어떤 돌파구의 신호도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은 “어느 쪽도 양보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번 휴전은 광범위한 분쟁의 한 전선에서만의 휴전”이라면서 “미중은 진정한 합의에 도달하기보다 계속 제자리를 맴돌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결국 이번 담판은 “두 나라 정상이 협상 복귀용 리셋 버튼을 누른 것”(AP통신)으로, 현재로선 더 이상의 싸움만큼은 피하겠다는 ‘시간 벌기 휴전’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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