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검찰의 직권 재심 청구 혜택을 입은 과거사 피해자들이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오인서 검사장)는 30일 과거사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들을 상대로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이들이 487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12명에 대해서도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간첩ㆍ용공 조작, 고문 등으로 인해 잘못된 내려진 판결을 무효화하는 재심은, 대개 피해자나 유족들이 어렵사리 증거를 모아 법원에 청구하면, 검찰은 한번 내려진 판결을 함부로 뒤집을 수 없다는 논리로 기계적인 반대의견을 내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두고 “검찰이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데 인색하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2017년 취임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찰이 먼저 나서서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토록 했다.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 청구한 사건에는 박정희 유신정권 당시 긴급조치(대통령 명령만으로 국민의 자유ㆍ권리를 무제한 제약할 수 있도록 한 권한) 피해자가 217명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살았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포함됐다. 1972년 계엄법 위반 사건 120명, 5ㆍ18민주화운동 111명, 부마민주항쟁 9명, 진실화해위원회 재심 권고 사건 30명 등도 재심이 청구됐다. 이들 487건 중 294건에 대해선 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것은 유족이 없는 이들에게 도움이 됐다. 가령 1967년 남으로 넘어와 귀순영웅 대접을 받다 위장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고 이수근씨의 경우, 홀로 귀순한 사람이라 재심을 청구할 유족이 없었다. 이씨는 검찰의 직권 청구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
이에 힘입어 검찰은 '과거사 사건 공판 실무'를 매뉴얼로 만들어 일선에 배포했다. 법원의 재심개시 결정을 존중할 것, 재심 개시를 지연시킬 수 있는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말 것, 재심 사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도 적극적으로 수집해 제출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재심 무죄 사건에 대해 기계적 상소로 대응하는 것도 금지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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