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이틀째인 30일 서울 도심에서 전날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집회가 열렸다.
대한애국당(우리공화당)이 주축인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천만 국민운동본부(석방운동본부)’와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는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중구 청계광장과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 파이팅”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대한민국을 지키자” 등 구호를 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도 눈에 띄었다.
오전 11시쯤 트럼프 대통령 탑승 차량이 서울시청 앞을 통과할 때가 되자 이들 단체 회원들은 도로 주변에 설치된 경찰 펜스 옆 인도를 가득 메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 ‘더 비스트(The Beastㆍ미국 대통령 전용 리무진)가 지나가자 “트럼프 대통령님 환영합니다” “USA” 등을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한미동맹 강화와 트럼프 대통령 환영은 한 목소리였지만,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의미에 대한 해석에는 보수단체 회원들 간에도 ‘온도 차이’가 있었다. 비무장지대(DMZ) 방문 일정 중 이뤄질 남북미 3자 정상회담에 대해 재향군인회 집회에 참석한 오모(50)씨는 “대화하지 않는 것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베트남 하노이에서 결렬된 대화의 실마리가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애국당 주도 집회에 참석한 최성찬(78)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형식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며 “비핵화 없이 DMZ에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향군인회 집회 장소 앞을 지나던 대한애국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함께 붙인 재향군인회 피켓을 문제 삼으며 “문재인이 잘했다는 거냐”며 욕설을 던지는 등 경미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진보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평화 협정 체결을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 친미동맹본부,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단체들도 중구 대한문 앞과 트럼프 대통령이 묵은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 인근에서 제각각 집회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했다.
경찰은 전날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출국할 때까지 서울에서 경비 최고 수위인 ‘갑호비상령’을 유지한다. 광화문광장에서 청계광장 일대까지 대로변에는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경력을 배치했고, 트럼프 대통령 이동 일정에 맞춰 서울시청과 광화문 일대 도로는 차량 통행을 통제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