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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불법 점거ㆍ민주주의 부정… 우리공화당 광화문 천막 용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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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불법 점거ㆍ민주주의 부정… 우리공화당 광화문 천막 용납 못해”

입력
2019.07.02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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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선 취임 1주년 인터뷰… “대화 불가능한 폭력주의자, 세월호 천막과 비교대상 아냐”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선 7기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임하고나서 서울시에 많은 갈등이 줄었다”며 “내가 화해나 갈등 조정의 전문가”라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선 7기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임하고나서 서울시에 많은 갈등이 줄었다”며 “내가 화해나 갈등 조정의 전문가”라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미세먼지와의 전면전, 자영업자를 위한 제로페이, 공공주택 8만호 공급, 각종 돌봄ㆍ복지 서비스… 최초의 3선 서울시장으로 지난해 7월 취임한 이래 박원순 시장은 쉴 새 없이 내달렸다. 눈에 띄는 대규모 토건 사업보다는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 위주로 내실을 다져왔다는 평가다. 유력한 대권주자이기도 한 그가 이제 마지막 임기 3년을 남기고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박 시장은 지난달 26일 3선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젠 정리하고, 완성하고, 결실을 맺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사퇴했을 때는) 지도자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그 사회가 당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할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제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며 “그 후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바람 잘 날 없는 서울시지만 매번 논란의 중심에서 ‘갈등 해결사’를 자처했다는 자평도 곁들였다. 박 시장은 “처음 취임했을 때는 광장이며 가는 데마다 데모대가 있었는데, 인구 천만 도시에서 이 정도면 그 동안 갈등이 굉장히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는 갈등의 진원지가 아닌 갈등의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며 “광장을 불법 점거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우리공화당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 측이 광화문광장에 친 천막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철거 5시간 만에 다시 설치된 천막은 1일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에 맞춰 청계광장 등으로 ‘임시 이사’한 상태다. 서울시는 천막 재설치를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대형화분 80개를 설치했다.)

“바라보는 시각부터 교정해야 한다. 우리공화당 측의 천막은 완전히 불법 점거 농성이고, 서울시의 철거를 방해한 것은 공무집행방해다. (세월호 천막은 그대로 두더니 왜 우리공화당 천막만 철거하느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선) 세월호 유족 천막은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합법적 절차 통해 설치된 거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시에 요청해서 우리가 생수와 가림막을 지원했다. 엄청난 재난의 피해자를 위로하고, 기억하는 장소였지만 여긴 아주 극단적인 정치 세력이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하기 위해 정치적 동기에서 시작된 불법 점거로, 차원이 다른 문제다. 우리가 인내할 수 있는 정파와 이념, 주장이 있는데 우리공화당은 온 국민 합의에 의해 국회가 여야 일치로 탄핵시킨 대통령을 계속 지지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부정하는 정파다. 함께하기 어렵고 용납하기 어렵다. 특히 광화문광장은 1,000만명 이상 촛불시민이 모였지만 단 한 건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평화의 광장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 여기서 몇 달 사이 보여준 행태로 시민들이 불안해서 그 인근을 지나갈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천막을 쳤던 곳은 통로라서 절대 이용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도저히 대화가 불가능한 폭력주의자들이다.”

-최근 서울 문래동 혼탁수 사태에 발 빠른 대처로 사흘 만에 일단락했다. 한밤중에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긴급 추경 편성도 했는데.(이날도 박 시장은 인터뷰 직전 ‘문래동 수질 사고 관련 개선대책’ 기자회견을 마치고 달려왔다.)

“먹는 물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서울시로서는 치욕적인 일이다. 시민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먹는 물로, 잠시도 지체해선 안 되는 일이다. 수돗물을 전달하는 노후 상수도관에 문제가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미 98.7%의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했다. 나머지를 다 바꾸려면 727억원이 더 들어서 추경 편성해서 금년 안에는 모든 지역에서 착공해서 늦어도 내년까진 서울 시내 모든 노후 상수도관의 교체를 끝내려고 한다. 사고 지역은 안정화 단계에 들어갔지만 좀더 지켜보고 충분히 분석한 후에 식수 사용 제한 권고를 풀려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문래동 혼탁수 사태’를 두고 “먹는 물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서울시로서는 치욕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문래동 혼탁수 사태’를 두고 “먹는 물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서울시로서는 치욕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설치 조례안이 지난달 110석 중 102석이 여당인 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부결됐다.

“앞서 ‘시민민주주의 기본조례’는 이미 통과됐다. 그 후속 조치로 행정기구의 설치와 정원을 조정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거부를 당한 거다. 그 과정에서 소통의 부족은 스스로 성찰해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오해도 있었다. ‘민주주의 서울’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들이 제안하고 토론하고 결정하면 시가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조례와 사업이 시행되면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도시가 된다. 매번 광화문에 100만명이 모여 민주주의를 할 수 없지 않나. 일상, 삶 속에서 해야 된다. 민주주의위원회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체계화하는 주체다. 시의회의 권한을 부정한 것이 아니고, 시장의 집행권을 시민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시의회와는 대화와 타협 통해 잘 해결될 것이다.” (시의회는 1일 임시회를 열고 해당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제로페이가 초창기에 비해 조금씩 정착되는 분위기다. 언제쯤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나.

“(제로페이 담당 공무원의 공개사과라는 제목의 1분 분량의) 광고가 이번에 굉장히 성공했다. 담당 공무원인 이혁 주무관의 캐릭터가 주효했던 것 같다. 진정성이 통했다. 그게 제로페이 이미지를 바꾸는데 큰 기여를 했다. 제로페이 가맹점이 현재 약 15만곳을 돌파했다. 카드 쓰고 있는 점포의 30% 수준이다. 신용카드는 40년 걸려 된 것을 우린 딱 6개월한 결과다. 하루 결제 금액도 1월 대비 15배 올랐다. 규모로 보면 1억4,000만원 정도로 아직 많진 않지만 곧 택시나 지하철 등에서도 제로페이를 쓸 수 있게 되면 더욱 확산될 것이다. 제로페이는 대한민국 벼랑 끝의 자영업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임대료, 카드수수료 문제 중 하나를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온 국민이 함께해야 한다.”

-최근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가 정치쟁점화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서울시는 서울공항과 김포공항을 어떻게 활용할 방안을 갖고 있나.

“지난 5월 해외 3국 순방 중 영국 런던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보니까 그 공항이 저가항공 전용 공항이었다. 런던(인구 약 840만명)에만 공항이 6개가 있는데 서울은 인구 1,000만명에 경기 인근까지 치면 2,500만명이 살고 있다. 인천공항 한 곳에 집중하는 게 과연 괜찮은가, 김포공항의 확장과 (대통령이 주로 이용하는 군 공항인) 서울공항을 공항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문제는 전문가들의 엄중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고, 지역주민과 협의가 있은 후에 정식화할 수 있는 어젠다다.”

집무실 한쪽 벽에 55인치 대형모니터 6대로 만든 ‘디지털서울시장실’ 앞에 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남은 임기 3년간 결실을 맺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집무실 한쪽 벽에 55인치 대형모니터 6대로 만든 ‘디지털서울시장실’ 앞에 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남은 임기 3년간 결실을 맺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경제 활력 회복과 창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 기울이는 것 같다. 경제 회복 해법이 있나.

“서울시는 지방정부로서 경제 관련 정책 수단이 제한돼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올해 신년사에서 창업도시 서울, 글로벌 톱5 창업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신성장 거점으로 양재 R&D 혁신허브와 홍릉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쪽에 집중하고 있는데 상당한 진전이 있다. 무엇보다 언뜻 보면 경제와는 관련 없어 보이지만 관련이 있는 게 바로 복지다. 서울시는 복지를 확실히 챙길 것이다. 시민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누릴 때 상상을 발휘하고 창조적 행위가 가능하다. 또 하나, 경제는 기본이 노동과 자본, 기술이다. 노동 측면에서 보면 여성의 노동률이 남성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게 문제다. 매킨지글로벌연구소에 따르면 여성의 노동률이 남성과 같아지면 9%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경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여성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결국 아이 돌봄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서울시는 4,000억원을 들여 초등돌봄을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정책도 하고 있다.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외국인 노동자 중 창업을 하거나 창업기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젊은이가 많은데 우리는 지금까지 굉장히 폐쇄적이었다. 일본만 해도 아베 신조 총리가 이민국가를 선언했다. 외국의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법무부와 업무협약을 맺어 우리가 창업을 위해 필요한 인재라고 하면 비자를 내주기로 했다. 이런 게 사실은 모두 경제의 본질적인 문제다.”

-임기 3년 남았다. 앞으로 계획은.

“남은 3년이 짧은 기간이 아니다. 이순신 장군도 ‘아직도 나에겐 12척의 배가 있다’고 하시고 마지막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 3년이면 100척은 남은 거다. 다만 결실을 맺는 게 중요하다. 서울시민의 과제는 끝이 없다. 오늘 상수도관 문제가 있으면 하수관도 문제 있고, 열온수관도 문제 있고, 우리가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 미래는 언제나 현재에 열중하다보면 저절로 만들어졌다. 참여연대 하면서 아름다운 재단할 거라고 생각 안 했다. 서울시장 되겠다고 목표로 세운 적 없다. 늘 마지막에 길이 저절로 열렸다.”

진행=한창만 지역사회부장

정리=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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