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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과 송해가 만났다? 요즘 뜨는 DJ J.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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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과 송해가 만났다? 요즘 뜨는 DJ J.E.B

입력
2019.07.01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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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B는 요한 일렉트릭 바흐(Johann Electric Bach)의 앞 글자를 따 만든 이름이다. 그는 “기왕 음악을 할 거면 바흐처럼 음악의 아버지는 돼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며 지었다”며 “장난 반 진심 반이었는데, 팬들은 음악의 시아버지라 농담한다”고 웃었다. 사진은 J.E.B가 지난 5월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슬픔의 케이팝 파티'에서 DJ 공연하고 있는 모습. J.E.B 제공
J.E.B는 요한 일렉트릭 바흐(Johann Electric Bach)의 앞 글자를 따 만든 이름이다. 그는 “기왕 음악을 할 거면 바흐처럼 음악의 아버지는 돼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며 지었다”며 “장난 반 진심 반이었는데, 팬들은 음악의 시아버지라 농담한다”고 웃었다. 사진은 J.E.B가 지난 5월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슬픔의 케이팝 파티'에서 DJ 공연하고 있는 모습. J.E.B 제공

“전국~ 노래자랑!”

한국인이라면 귀에 익은 소리. KBS1 ‘전국노래자랑’의 장수 MC 송해가 매주 방송을 시작하며 구수한 목소리로 내는 소리다.

24년간 프로그램을 맡으며 ‘어르신의 아이돌’로 자리매김한 송해가 최근 2030세대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그의 목소리에 미국 팝 밴드 피츠 앤드 더 탠트럼스의 히트곡 ‘핸드클랩’을 매시업(여러 소리를 합쳐 새 노래를 만드는 것)한 곡 ‘전국 핸드클랩 자랑’에 청춘들이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해와 피츠 앤드 더 탠트럼스의 만남이 과연 어울릴까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하지만 DJ 겸 프로듀서 J.E.B(본명 조선구ㆍ30)는 이질적인 두 요소를 능청스럽게 하나로 빚어낸다.

J.E.B는 ‘원곡 파괴자’로 불린다. 한 번이라도 그의 매시업을 접하게 되면, 본래의 노래가 심심해진다는 의미에서 생긴 별명이다. 그만큼 J.E.B의 곡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게 전개된다. 그저 재미로만 흘려 듣기에는 여느 유명 DJ 못지않게 완성도가 높다. 지난해부터 대형 전자댄스음악(EDM) 축제 무대에 연달아 서면서 그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J.E.B는 자신의 곡에 주로 아이돌 그룹 NCT 127의 노래를 사용한다. 그는 “NCT 127의 곡은 힙합 기반 트랩 장르라 EDM에 어울리면서도, 빈 공간이 많아 매시업해도 좋다”며 “SM엔터테인먼트에서 특별히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 엮이면 위험할 것 같아서 그런가”라고 웃었다. 사진은 J.E.B의 프로필. J.E.B 제공
J.E.B는 자신의 곡에 주로 아이돌 그룹 NCT 127의 노래를 사용한다. 그는 “NCT 127의 곡은 힙합 기반 트랩 장르라 EDM에 어울리면서도, 빈 공간이 많아 매시업해도 좋다”며 “SM엔터테인먼트에서 특별히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 엮이면 위험할 것 같아서 그런가”라고 웃었다. 사진은 J.E.B의 프로필. J.E.B 제공


J.E.B는 지금까지 60여개 곡을 만들었다. 어울리지 않은 법한 노래를 신선하게 조합해내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유튜브에서는 조회수 500만건에 달하는 ‘전국 핸드클랩 자랑’을 비롯해 아이돌 그룹 NCT 127의 ‘체리 밤’과 경기 민요 ‘군밤타령’ 등을 섞은 ‘생율 밤’이 유명하다. 현철이 1998년 발표한 트로트 ‘사랑의 이름표’와 K팝인 NCT 127의 ‘무한적아’ 등을 합친 ‘무한적이영표’도 큰 관심을 얻었다. 서울 마곡동의 한 카페에서 28일 만난 J.E.B는 “대부분 곡은 가사나 멜로디가 이어지는 노래들을 마인드맵(마음속에 지도를 그리듯 하는 작업)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며 “어릴 적부터 온갖 노래를 들은 덕인지, 여러 장르의 음악을 섞는 게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J.E.B는 정식으로 EDM을 배운 적이 없다. 그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공부해 석사 수료했다. 음악 활동도 DJ가 아닌 인디 펑크 록 밴드의 키보디스트로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 신스팝 밴드 SSS에서 신시사이저와 기타 연주를 했다. 서울 홍익대 앞 클럽 무대에 여러 차례 오르기도 했다. EDM에 첫발을 내디딘 때는 2012년이다. 밴드 멤버들이 직장을 잡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홀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J.E.B는 “중학생 때 처음 작곡 프로그램을 써보면서 음악에 흥미를 가졌다”며 “전문 DJ가 아닌 인디 밴드로 시작한 덕에 실험적인 곡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J.E.B가 지난해 9월 서울 서교동 더 스텀프에서 열린 '유나이티드 원'에서 DJ 공연을 하고 있다. J.E.B 제공
J.E.B가 지난해 9월 서울 서교동 더 스텀프에서 열린 '유나이티드 원'에서 DJ 공연을 하고 있다. J.E.B 제공


J.E.B는 유쾌한 곡을 만들지만, 누구보다 진지하게 음악을 대한다. 팬들의 요구가 아무리 커도, 본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곡은 출시하지 않는다. 반짝 유행에 그치는 노래도 매시업 소재로 잘 쓰지 않는다. 대신 그는 곡 사이에 여러 음악적 실험과 의도를 숨겨놓는다. J.E.B는 “미국 유명 DJ 그룹 메이저 레이저가 EDM에 남미 전통 음악을 차용하듯, 트로트와 EDM을 섞은 시도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면 재미있다”며 “앨범마다 새로운 도전을 했던 데이비드 보위처럼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J.E.B의 프로필 사진은 바흐 초상화에 데이비드 보위의 앨범 ‘알라딘 세인’(1973)을 오마주한 것이다.

J.E.B의 도전은 진행 중이다. EDM 외 장르에도 조금씩 발을 들이고 있으며, 다른 가수와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 대형 페스티벌 출연도 예정돼 있다. J.E.B는 “옛날 팬 중에서 제게 ‘초심 잃었다’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 저는 초심 잃은 게 너무 즐겁다”며 “그 사이 관심사가 달라졌기에, 이에 맞춰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여러 가수와 협업을 해보고 싶다. 특히 포크 가수 김사월과 일렉트로닉 팝이나 덥 뮤직 등을 함께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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