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 환자는 자제해야”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보양식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 특히 복날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삼계탕 등 보양식을 찾아 먹기에 닭 가격이 오를 정도다. 우리 민족은 왜 여름에 유독 보양식을 찾았던 것일까?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잘 먹는 것을 최선의 건강관리법이라고 믿어왔다. 사실 부실한 식사가 질병의 원인이라고 보는 이러한 시각은 어느 정도는 옳다. 과거에는 영양 결핍이 주된 건강문제 중 하나였다. 빈혈 등 영양 결핍성 질환과 면역력 저하로 인한 결핵, 폐렴 등의 질환들이 주된 건강 문제이기도 하였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더위로 인해 입맛이 떨어지는 여름철에 이러한 영양 결핍이 더 심했기 때문에 고지방, 고단백인 보양식을 더 찾게 되는 음식문화가 자리잡았다.
과거에는 식생활 문화가 채식 위주이고 육류 섭취가 부족하였기에 섭취 열량이 부족하고 지방, 단백질, 지용성 비타민, 철분, 칼슘 섭취가 적었던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영양 결핍은 식욕이 저하되는 여름철에 더 심해졌기에 삼계탕, 보신탕 등 보양식을 먹으면 기운도 나고 건강도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영양결핍 문제는 거의 사라지고, 식생활의 서구화로 이러한 영양 결핍보다는 비만,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 영양 과잉으로 인한 질환들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여름철 영양 결핍이 문제가 되는 사람에게는 이런 보양식이 몸에 좋긴 하지만, 영양 과잉이 문제가 되는 분에게는 보양식이 오히려 몸에 해로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삼계탕 1인분의 영양성분을 살펴보면, 단백질이 115g이나 되어 건강식임에는 틀림없지만, 열량이 900㎉가 넘고, 지방이 36g, 나트륨이 700㎎이나 되어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은 음식이다. 특히 삼계탕의 지방함량은 지방 섭취 비율인 20%의 2배 가까이 되고, 흔히 건강에 해롭다고 알려진 햄버거, 피자, 닭튀김 못지않게 고열량, 고지방 음식이다.
여름철에는 보양식을 먹어야 기운이 나고 몸에 좋다는 믿음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양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기운이 나고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은 의학에서는 위약 효과라고 한다. 물론 여름철 더위에 식욕을 잃어 영양 결핍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분에게는 보양식이 정말 보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영양과잉이 문제가 되는 분들에게는 보양식이 정말 몸에 기운이 나게 하고 몸에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
성장기 청소년이나 평소 육류 섭취가 부족한 노인층, 그리고 다이어트를 자주 하는 젊은 여성에게 보양식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비만이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장질환 등을 가지고 있는 중년 남성이라면 보양식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현대의학에서도 음식이 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점점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우리 조상이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음식 이외에도 환경, 운동, 신체활동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과거에 비해 운동량과 신체활동량이 감소하였고 식생활 서구화로 보양식이 과연 내 몸에 좋은지 따져보고 먹을 필요가 있다.
평소 영양 과잉의 문제가 없고 여름철에 입맛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여전히 보양식은 몸에 좋은 음식이고 삼계탕 등 보양식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비만,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보양식을 즐기되 3분의 2인분 정도만 드시는 것이 좋다. 식당에 3명이 가서 2인분을 시켜서 나눠 먹는 방법도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삼계탕의 고기는 다 먹고 국물과 밥은 남기는 지혜도 도움이 된다. 집에서 보양식을 조리해서 먹을 때 요리 전에 기름을 제거하고 요리하거나 요리한 다음 식혀 기름을 제거한 후 다시 데워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실 이런 사람에게 진짜 보양식은 육류가 아닌 채소와 과일이다. 과일과 채소는 더운 여름에 땀으로 배출된 수분은 물론 모자라기 쉬운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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