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간 배우 전미선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지난 29일, 전미선이 전북 전주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속보가 나왔을 때 많은 팬들은 물론 기자 역시 오보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결국, 전미선 소속사 측이 공식입장을 밝히면서 충격적 보도는 현실이 됐다.
과거 인터뷰로 만났던 전미선은 단아한 외모에 나긋나긋한 음성을 지닌 배우였다. 깊은 눈빛과 온화한 미소로 상대의 말을 경청해주고, 수줍은 듯하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뒤로 가끔 전미선과 안부 문자를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난다.
전미선은 1970년생으로, 지난 1989년 KBS 드라마 '토지'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만남' '전원일기'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고, '우리 시대의 사랑' '젊은 남자' '8월의 크리스마스' 등에 출연했다.
이른 나이에 데뷔한 만큼 연기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연기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배우는 그에게 천직이었다. 지난 2000년 '번지 점프를 하다'에 출연하며 제2의 연기 인생을 시작했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도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 뒤로 드라마 '왕건' '인어아가씨' '황진이' '제빵왕 김탁구' '오작교 형제들' '해를 품은 달' '응답하라 1988' '육룡이 나르샤'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2006년 12월엔 한 살 연상의 영화 촬영감독 박상훈 씨와 결혼했다. 데뷔 15년 만에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연애'에서 배우와 촬영감독으로 만나 열애 2년 만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지난 2009년부터 연극무대에서도 활약했다. 간암 말기 환자 딸이 친정엄마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2박 3일의 이야기를 그린 '친정엄마와 2박 3일'에서 전미선은 강부자와 호흡을 맞춰왔다.
전미선의 마지막 공식석상은 지난 25일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였다. '살인의 추억'에서 함께 연기한 송강호, 박해일과 재회해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에서 전미선은 세종의 부인 소헌왕후 역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제는 안타까운 유작이 됐다.
앞서 전미선은 지난 2015년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연기상을 수상한 뒤, "이 드라마를 하면서 예쁜 동생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냈다. 누군가 동생이 누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하더라. 난 내가 하는 일이 자랑스러운지 몰랐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도 잘 몰랐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누군가에게 자랑스럽고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다"면서 감동의 수상소감을 전했다.
사망한 전미선이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이야기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한편, 전미선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7월 2일 새벽 5시 30분에 거행된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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