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북한까지 확산되면서 국내 돼지 농가에도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아프리카 돼지 열병’에서 ‘열병’의 표준 발음은 ‘[열뼝]’이 아닌 ‘[열병]’으로 되어 있다. ‘열병’처럼 ‘병’ 앞에 ‘ㄹ’ 받침이 있는 ‘술병’, ‘조울병’, ‘간질병’, ‘고질병’ 등의 단어들은 모두 ‘병’을 ‘[뼝]’으로 된소리 발음을 하는 데 비해 ‘열병’만은 ‘[열병]’으로 표기대로 발음을 하는 것이다.
표준 발음은 표준어로 규정된 단어들의 실제 발음을 따라 정해지게 되는데, ‘열병’은 ‘술병’, ‘조울병’, ‘간질병’, ‘고질병’ 등과 같은 음운 조건을 가진 단어지만 ‘열병’의 실제 발음이 [열병]이기 때문에 표준 발음을 ‘[열병]’으로 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처럼 같은 음운 조건을 가진 단어인데도 표준 발음이 서로 다를 경우 언중들이 발음을 할 때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병’ 앞에 ‘ㄴ’ 받침이 있는 ‘눈병’, ‘선천병’, ‘고산병’, ‘광견병’ 등의 단어들은 모두 ‘병’을 ‘[뼝]’으로 된소리 발음을 하지만 ‘조현병’은 ‘[조현병]’으로 표기대로 발음하고, ‘병’ 앞에 ‘ㅇ’ 받침이 있는 ‘냉방병’, ‘성병’, ‘고공병’ 등의 단어들도 모두 ‘병’을 ‘[뼝]’으로 된소리 발음을 하지만 ‘시령병(時令病: 때에 따라 유행하는 전염성 질환)’은 ‘[시령병]’으로 표기대로 발음하는 것처럼 ‘병’으로 끝나는 병명들의 표준 발음이 단어에 따라 각각 다르다 보니 발음에 혼란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열병’, ‘조현병’, ‘시령병’ 등의 실제 발음이 어떠한지를 조사하여 다른 병명들과 같이 표준 발음을 ‘[뼝]’으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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