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L-2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암세포 증식 억제
백혈병 일종인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혈액 속 림프구가 비정상적으로 늘면서 생기는 병이다. 전체 국내 백혈병의 0.4~0.5%에 불과하지만 환자가 대부분 65세 이상인데다 질환 진행 속도도 늦어 치료를 늦추거나 중단하는 이가 많은 게 문제다. 게다가 이 질환은 한 번 발병하면 50%가 재발하고, 또다시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표적치료제가 건강보험에 적용됐지만 효과가 없을 때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다행히 최근 대안이 나왔다. 한국애브비의 경구용 B세포 림프종-2(BCL-2) 억제제인 ‘벤클렉스타(성분명 베네토클락스)’가 지난 5월 3차 이상 치료에서 단독요법으로 처음이자 유일하게 허가를 받았다. 화학면역요법 및 B세포 수용체 경로 저해제를 투여해도 재발하거나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 단독요법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BCL-2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암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악화되는 것을 막는다.
이브루티닙이나 이델라리십 치료 이력이 있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객관적 반응률이 70%로 나타났다. 기존 치료로 인해 몸 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환자에서도 치료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또 말초 혈액이나 골수에 남아 있는 백혈병 세포 숫자로 치료에 따른 관해(寬解)와 재발 위험을 평가하는 지표인 미세잔존질환으로 환자군을 분석한 결과, 미세잔존질환이 없는 환자에서는 평균 무진행생존기간이 24.7개월로 나타났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 가운데 17p 유전자 결손이 있는 환자는 재발률이 높고 예후가 좋지 않다. 벤클렉스타는 이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상 임상연구에서도 객관적 반응률이 77%로 높게 나타났다.
이런 치료 성적을 인정 받아 벤클렉스타가 2017년 제약·생명의학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갈렌상의 ‘최고 의약품’으로 선정됐다. 미국, 유럽 등 50개국에 허가를 받았고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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