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으로 모두가 이익을” 세션1 발언자로 확대 균형 강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무역분쟁으로 세계 경제가 ‘축소균형’을 향해 치닫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자유무역으로 모두가 이익을 얻는 ‘확대균형’으로 다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죄수의 딜레마는 양자가 협력하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 서로에 대한 불신과 소통 단절 탓에 각자에게 불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일컫는 경제학 용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G20이 다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G2(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세계경제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G20 국가들이 협력해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는 호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무역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금(OECD)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낮춰 잡은 점을 지적하며 G20의 역할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경제와 무역투자’를 주제로 한 세션 1에서 발언자로 나서 “이러한 도전들은 개별국가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하방 위험이 커지는 데 대응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운용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성장이 고착화된 ‘뉴노멀 시대’를 넘어 ‘뉴애브노멀 시대’로 가면서 미래 예측조차 어려워졌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IMF가 대출 여력을 충분히 확보해 위기의 방파제가 되고, 각국도 외환시장 건전화 조치를 포함한 금융시장 안정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공정 무역을 향한 WTO(세계무역기구) 개혁에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질서를 위한 WTO 개혁을 지지하고 G20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양자 정상회담에서도 공동의 경제 번영을 위한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먼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인도의 신동방 정책의 접점을 찾아 시너지를 내기로 했다. 특히 방산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인도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모디 총리의 지원을 당부했다. 양 정상은 고위급 협의체 신설 등을 통해 구체적 협력사업을 계속 발굴하기로 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한-인니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조기 타결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올해 11월로 예정된 한ㆍ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에서의 협상 타결 선언을 목표로 정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인도네시아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경전철 등 인프라 사업 등에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조코위 대통령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아울러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사업(KF-X/IF-X)도 원만히 추진될 수 있도록 협력키로 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이뤄지도록 끝까지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기울이고 있는 역내 안정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하며, 프랑스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한러 정상회담에서는 특히 지난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성회담 경과를 공유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당초 28일 오후 10시 45분에 시작키로 해 ‘심야 정상회담’이 예상됐다. 하지만 정상외교에서 ‘지각 대장’으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또 2시간 가량 늦으면서 결국 ‘새벽 정상회담’이 됐다. 앞서 러시아-프랑스 정상회담이 40분가량 늦게 시작하면서 이후 일정이 차례로 밀리면서 한러 정상회담은 29일 0시 36분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난 4월 말 북한 지도자와 만난 것 고려하면 더 유익하지 않을까 싶다. 그 회담에 대한 인상을 공유하고 정세를 전반적으로 토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사카=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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