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주자 2차 TV 토론회에서 퇴임 후 첫 시험대에 올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바이든 전 부통령은 무려 7년 만에 나선 이번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의 집중포화를 감당해야 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에이드리엔 아쉬트센터에서 NBC 방송 주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 참가 후보 20명 중 전날 토론에 나서지 않았던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 피트 부티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마이클 베닛 상원의원,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 에릭 스왈웰 하원의원,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 전직 기업인 앤드루 양, 존 히켄루퍼 전 콜로라도 주지사 등 10명이 참여했다. 전날에 비해 상위권 후보들이 다수 포진한 ‘메이저리그’였다.
바이든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비판에 열중하며 ‘트럼프 대 바이든’ 구도로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는 월스트리트가 미국을 건설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평범한 중산층이 미국을 건설했다"며 "도널드 트럼프가 우리를 끔찍한 상황에 놓이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끔찍한 소득 불평등을 겪고 있다"며 "나는 도널드 트럼프의 부자를 위한 감세 정책을 없애는 일에 착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른 후보자들은 ‘트럼프 때리기’에 동참하면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 견제에 나섰다. 특히 정책보다는 개인사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뤘다. 해리스 의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인종차별주의를 표방했던 옛 상원의원 동료들을 긍정 평가한 사실을 지적하며 “당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또 1970년대 교육부가 추진한 흑백 인종 통합 교육과 이를 위한 스쿨버스 운행을 막기 위해 바이든 전 부통령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고령(76세)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한 ‘세대교체론’도 이어졌다. 38세인 스왈웰 의원은 “한 대통령 후보가 캘리포니아 민주당 전당대회에 와서 미국의 신세대에게 횃불을 넘겨줄 때라고 말했을 때 나는 6살이었다"며 "그 후보는 조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이라고 했다. 이어 "그가 32년 전에 말했을 때 그는 옳았다. 그는 오늘도 여전히 옳다"며 젊은 정치인에게 ‘횃불’을 넘겨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때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한 살 더 많은 샌더스 의원은 “나는 조(Joe)의 세대”라며 세대대결에 참전하기도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복귀전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토론의 패자 중 한 사람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을 꼽으며 “해리스와의 언쟁은 특히 잔혹했고, 불법 이민자 수백만명을 강제 추방한 오바마 행정부에 반하는 주장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건강보험에 대해 혼란스러운 답을 내놨다”며 “총기 규제에 대해선 ‘우리 적은 전미총기협회(NRA)가 아닌 총기 제조업체’라는 민주당 유권자들이 절대 듣고 싶어 하지 않을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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