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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트럼프-시진핑 담판 앞에 놓인 3가지 길

입력
2019.06.2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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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미ㆍ중 정상회담, 향후 세계 판도 달려

패권국과 도전국 갈등이 ‘신 냉전’ 비화하면

사이에 낀 우리에겐 더 큰 충격 올 수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29일 오전 11시30분 일본 오사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어쩌면 21세기 전반 세계 판도를 결정할 중요한 담판이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자가 만나 미ㆍ중 관세 전쟁 ‘휴전’에 합의하고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을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 요구를 중국이 적당히 수용하는 선에서 합의할 것이란 낙관론이 우세했다. 그런데 올 5월 협상 마무리를 위해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류허 중국 부총리의 태도는 예상과 달랐다. 협상 결렬 후 류 부총리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에서 견해 차가 있었다”며 “미국이 추가 관세를 올리면 우리도 반드시 대응한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협상 결렬은 관세 문제가 아니라 중국 국유기업과 첨단 산업에 대한 보조금 중단, 지식재산권 보호 등의 장치를 중국 국내법에 명시하라는 미국의 주장 때문이었다. 이를 중국 지도부는 100년 전 중국을 굴욕에 빠뜨렸던 ‘불평등 조약’을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협상 결렬 후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는 양국 정상의 담판 전망은 6개월 전보다 훨씬 어둡다. 이젠 단순히 경제적 득실 다툼이 아니라, 전 세계가 지켜보는 양대 강국의 기세 싸움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향후 시나리오는 3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양 정상이 무역분쟁을 종식할 구체적 합의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도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이런 결론 가능성은 지난 5월이 훨씬 높았다. 둘째는 양 정상이 얼굴을 붉히며 돌아선 후 양국 간에 전면적인 무역ㆍ기술 전쟁이 벌어지며, 결국 ‘신 냉전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나,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시 주석 모두 섣불리 선택할 수 없다. 셋째는 이 모든 어려움을 고려한 양 정상이 갈등을 덮어둔 채 지난해 12월 수준의 ‘휴전’에 동의하고 지루한 추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까지 중국에 강경한 모습을 유지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 시 주석도 파국을 미룬 채 미 대선 후 다른 협상 파트너를 만날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전세계 언론들이 대부분 3번째 결론에 힘을 싣는 이유도 여기 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도 최근 발표한 글에서 셋째 결론이 우세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내년 연말까지 미ㆍ중의 불안한 휴전은 언제든 두 번째 시나리오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양보하면 당장 야당의 공격뿐 아니라 자신의 지지층인 블루칼라 계층과 반중 성향 우파의 거센 반발을 피하기 힘들다. 시 주석 역시 한발이라도 후퇴한다면, 중국 지도부 내 반발과 20세기 초 치욕을 잊지 않고 있는 중국인들의 감정에 불을 지르게 될 것이다.

미ㆍ중의 갈등은 전형적인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그리스 강국 스파르타와 신흥국 아테네의 갈등을 분석한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에서 유래된 용어로, 기존 패권국과 부상하는 신흥 강국의 긴장은 결국 전쟁으로 치닫는다는 것이다.

21세기 미ㆍ중의 갈등이 무력 전쟁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 냉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20세기 중반의 미ㆍ소 냉전보다 더 광범위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당시 미ㆍ소는 경제ㆍ사회적으로 거의 단절된 체제였으나, 미ㆍ중은 훨씬 밀접하게 얽혀 있다. 신 냉전이 시작되면 무수히 많은 양국간 상호 이익의 영역을 파괴하는 자해 행위가 거듭될 것이다.

그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 같은 인접국들은 더 처지가 곤란해 질 수밖에 없다. 27일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미ㆍ중 무역분쟁에 대한 입장을 묻자, 문재인 대통령은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길 바란다”고 답했다. 불행히도 세계 정세의 변화는 우리 희망과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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