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反 화웨이 캠페인 등 민감한 요구할까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0일 국내 5대 기업 총수를 포함한 주요 재계 인사들과 서울에서 간담회를 갖는다. 간담회에 참석하는 기업인 명단은 우리 정부를 거치지 않고 트럼트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이 직접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리 경제인의 만남은 형식상 양국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 형태를 띠지만, 사실상 미국 대통령이 우리 기업인들에게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커 초청 대상에 오른 기업인들은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일본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를 방문했을 때도 현지 기업인과 간담회를 갖고 미국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달라고 압박한 바 있다.
28일 재계와 주한미국대사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 약 40분 동안 간담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한화, GS, CJ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 및 경영진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기업인들과 단체 간담회를 갖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틀에 불과한 방한 일정 중 시간을 쪼개 기업인들을 만나는 만큼 “뭔가 할 얘기가 있을 것”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우리 기업인들과 만나는 만큼 ‘화웨이와 거래 금지‘ 같은 민감한 주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화웨이를 포함해 중국과 거래를 많이 하는 기업들로선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10대 그룹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구체적 이슈를 내놓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간의 행보를 보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해달라는 얘기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특히 중국과의 정상회담이 잘 안 풀렸을 경우 우리 기업에 요구하는 바를 더 강하게 구체적으로 얘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다수의 외국 민간기업을 모아놓고 이래라 저래라 하기는 미국으로서도 부담일 테니,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에 동참해달라는 요청 정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 국내 기업인들의 이번 만남에는 우리 정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 외국 정상과 국내 기업들이 만날 땐 정부가 주도권을 쥐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지침이 내려오거나 눈치 볼 일이 없으니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반화웨이 캠페인 동참 같은 요청을 기업이 직접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사안에 대해선 우리 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보호막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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