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에서 ‘삽자루’라는 예명으로 유명했던 대학입시 수학 강사 우형철(55)씨가 이투스교육 측에 75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교육 업계에서 벌어지는 ‘댓글 알바’ 관행을 폭로하며 전속계약을 해지했던 우씨는 계약금 이상을 물어주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이투스가 우씨와 그의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우씨는 이투스와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70억원의 전속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2015년 5월 우씨는 이투스가 불법 댓글 조작을 했다며 전속계약 해지 의사를 밝히고, 얼마 후 다른 학원과 강의 계약을 했다. “이투스가 댓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경쟁 학원이나 강사를 폄하하는 글을 작성하고 검색순위를 조작하는 마케팅을 했다”는 게 우씨 주장이었다. 당시 우씨는 특정 강사를 홍보하거나 일방적으로 비방하는 학원가의 댓글 조작 관행을 형사고발하고, 댓글 조작에 반대하는 다른 강사들과 ‘클린인강협의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에 이투스 측은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다른 경쟁업체에 강의를 제공했다”며 “이미 지급한 전속계약금 20억원을 반환하고 70억원을 위약금으로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우씨는 “불법 댓글 조작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계약 체결의 전제조건이자 구두상 혹은 묵시적으로 합의된 사항”이라며 “이투스가 이를 어겼기 때문에 계약을 파기했다”고 반박했다.
법원에서는 불법 댓글 조작여부와 계약 파기의 정당한 사유 등이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학원 측이 댓글 아르바이트를 고용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우씨가 이미 받은 계약금,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수강료 환불에 따른 학원 손실과 남은 계약 기간 예상되는 수입 등을 따져 우씨가 약 126억원을 학원에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이투스가 불법 댓글 조작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대신 손해배상 책임을 100%(1심)에서 60%로 낮춰 잡아 배상액을 총 75억여원으로 줄였다. 재판부는 “우씨가 전속계약을 위반하면서까지 이투스와의 계약관계를 단절하기로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이투스의 댓글 조작 행위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도 2심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우씨는 2000년대 쉬운 수학 강의로 중하위권 수학 포기 수험생(수포자)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과목별 매출 1위를 올리는 이른바 ‘1타 강사’ 반열에도 올랐다. 오프라인 강의에서 숙제를 안 하거나 불성실한 학생을 삽자루로 때린다고 해서 ‘삽자루’라는 별명이 붙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