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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50년

입력
2019.06.29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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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9일 일본 남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H-2A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8년 10월 29일 일본 남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H-2A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금년은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 50주년이지만, 일본의 우주로켓 발사장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가 건설된 지 50년이 된 해이기도 하다. 다네가시마 남단의 드넓은 해변에 위치한 이곳은 모래사장과 바위, 해식동굴들의 풍광이 일품이다. 다네가시마은 한국에서 가까운 가고시마의 남쪽에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이자 ‘원령공주의 숲’으로 유명한 야쿠시마과 이웃해 있다. 수령이 3,000년이 넘는 삼나무들이 즐비한 원시림의 야쿠시마는 최근 들어 한국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다네가시마는 관광지로 큰 매력이 없어 일본인들도 많이 찾지 않는 곳이다.

이제 10년이 된 우리나라의 나로우주센터와 비교하면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는 상업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로켓 발사장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아리랑 3호 인공위성도 2012년 이곳에서 일본 로켓에 실려 우주에 올라갔다. 나로우주센터는 현재 우리 정부가 개발 중인 한국형 로켓 발사체의 시험장인데, 앞으로 상업적인 운용을 할 가능성이 있을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로켓 개발에 성공해도 세계 발사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체 수요만으로 로켓을 계속해서 만들고 발사장을 운용한다면 수지 타산을 따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의 로켓은 민간 기업인 미쓰비시가 만들고 쏘아 올린다.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도 그 회사 직원들의 영향력이 세다는 말이 들린다. 미쓰비시가 만든 H-II형 로켓은 이제까지 60회가 넘게 발사되었지만 실패한 경우는 단 두 번뿐이라고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쓰비시는 2차대전 당시에 일본의 수많은 전쟁 무기들을 생산했었으며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한국인들이 일했던 전범 기업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미쓰비시가 강제노동을 시킨 대표적인 예가 영화 ‘군함도’의 실제 배경인 하시마다. 아리랑 3호 위성을 쏘아 올릴 당시에도 왜 전범 기업의 로켓을 이용하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는 미리 신청만 하면 가이드 투어를 통해 로켓 발사대 바로 앞까지 가 볼 수 있다. 차량에서 내릴 수는 없지만 사진 촬영은 가능하다. 50년이나 되다 보니 이미 낡아서 폐쇄된 발사장도 있는 반면, 방문객들을 위한 우주박물관은 비교적 콘텐츠가 잘 꾸며져 있다. 나로우주센터에도 일반인이 방문할 수 있지만 우주과학관만 볼 수 있고 센터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다. 안전이나 보안 문제로 일반인들이 발사대까지 들어가 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외나로도는 육지와 이어져 있으나 다네가시마은 배나 비행기로만 갈 수 있기에 외딴 지역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다네가시마 우주센터가 넓고 아름답기는 해도 평소에는 한적한 곳이다. 그래도 로켓 발사 때면 숙소가 모두 동나고 공원이나 전망대 등 구경하기 좋은 자리는 일찌감치 사람들로 채워지는데, 특히 야간 발사가 장관이라고 한다. 다네가시마는 1년에 2~4차례 있는 로켓 발사를 대표 이벤트로 삼아 반짝 관광 특수를 누리는 셈이다.

다네가시마는 일본 과학기술사에서 기억해 둘 만한 또 하나의 역사를 품고 있다. 바로 16세기 중반에 포르투갈 상인에 의해 조총이 처음으로 전해진 곳이다. 다네가시마 영주가 거금을 주고 화승총을 구입한 뒤 대장장이에게 복제, 제작하도록 한 것이 일본식 조총의 시작이었다. 사무라이들이 휘두르는 칼보다 월등한 전투력을 지닌 조총은 곧 일본 전역에 퍼졌고, 그로부터 50년쯤 뒤에 임진왜란이 일어날 때 일본군의 주력 무기가 된 것이다.

먼 훗날 여기서 우주 이민선이 발사되는 날도 올까. 다네가시마를 떠나 가고시마로 돌아오는 쾌속선 안에서 든 생각이었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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