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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혁신 기업> 시장이 원하는 아이템에 뚝심으로…자전거 사고율 제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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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혁신 기업> 시장이 원하는 아이템에 뚝심으로…자전거 사고율 제로 목표

입력
2019.07.03 14:14
수정
2019.07.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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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자전거 안전용품 업체 '더빔' 이성준(왼쪽), 성민현 공동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현재 더빔은 자전거 후사경, 반사 테이프 등을 생산하고 있다. 두 대표의 목표는 '자전거 안전사고 제로'라고 한다.
[저작권 한국일보] 자전거 안전용품 업체 '더빔' 이성준(왼쪽), 성민현 공동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현재 더빔은 자전거 후사경, 반사 테이프 등을 생산하고 있다. 두 대표의 목표는 '자전거 안전사고 제로'라고 한다.

양의 뿔처럼 생긴 경주용 자전거 핸들 끝에 달린 500원 동전만한 거울. 자동차의 후사경 같은 것인데, 이걸 팔아서 큰 돈을 벌 거라는 생각을 누가 했겠는가.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2017년 매출 1억3,000만원에서 올해는 신제품을 합쳐 1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템에 두 청년의 뚝심이 합쳐져 이뤄낸 결과물이다.

‘생산성+ 저널’은 경주용 자전거 전용 후사경 ‘코르키’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자전거 안전용품 업체 ‘더빔’의 서울 광진구 벤처창업센터 사무실을 6월 19일 방문했다. 작은 사무실은 전 직원 5명의 사무공간, 제품들을 장착한 경주용 자전거들, 출시된 제품과 시제품들을 전시한 선반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성민현(30) 대표는 “사무실이 좁고 지저분해 미안하다”며 머쓱해했다.

‘코르키’가 탄생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성 대표는 군 전역 후 복학해 경주용 자전거 타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 그러던 어느 날 뒤따라오던 자전거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한 성 대표는 전공(전기전자공학)을 살려 후방에서 다가오는 자동차나 자전거를 감지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후미등에 내장한 초음파 센서로 물체를 감지해 소리와 빛으로 알려주는 장치인데, 자동차의 측후방 경보시스템과 같은 원리였다.

성 대표는 이 아이템으로 대학 총학생회에서 만난 동갑내기 이성준 대표와 의기투합해 창업을 결심했다. 워낙 말이 잘 통하는 데다 이 대표의 전공이 경영학이어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둘은 창업대회에서 상을 받았고, 미국 MIT에서 아이템을 발표하는 등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생산원가만 30만원에 달하는 장치를 자전거에 선뜻 달 사람은 없었다. 이 대표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제품인데, 시장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둘은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후사경이 꼭 필요하지만 더듬이처럼 생긴 형태는 이용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과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시제품을 만들어 개량하고, 자전거에 달고 타보는 일을 반복했다. 그리고 2016년 12월 더빔을 설립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자전거 안전용품 업체 '더빔'의 경주용 자전거용 후사경 '코르키'. 핸들 끝에 장착해 접었다 펼 수 있는 거울 형태다. 간단한 안전용품이지만 고객들의 요구를 잘 반영해 시장의 반응이 매우 좋다.
[저작권 한국일보] 자전거 안전용품 업체 '더빔'의 경주용 자전거용 후사경 '코르키'. 핸들 끝에 장착해 접었다 펼 수 있는 거울 형태다. 간단한 안전용품이지만 고객들의 요구를 잘 반영해 시장의 반응이 매우 좋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코르키’ 시제품이 나왔다. 2017년 2월 글로벌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 ‘인디고고’에 시제품을 올려 구매자를 모집한 결과 두 달 만에 2만7,000달러어치가 팔렸다. ‘킥스타터’에서 진행한 두 번째 펀딩도 2만5,000달러로 대단한 성과를 이뤘다. 코르키의 시장성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거울을 접었다 펴는 힌지 부분이 사용하면서 헐거워지는 단점이 문제였다. 이 문제로 더빔은 2017년 6월부터 코르키 생산을 중단했다. 힌지 생산업체를 수소문하다 지인의 소개로 한 업체를 만났다. 결과는 만족스러웠고 지난해 3월 생산을 재개할 수 있었다. 기존에 구매한 고객들 중 연락이 닿는 고객들에게는 새 제품을 모두 무료로 공급했다. 더빔은 사용자 과실로 제품이 파손되더라도 1년 안에는 새 제품으로 무료 교환해준다는 정책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쌓아 나갔다.

자전거 종주국인 프랑스 진출 기회는 의도치 않게 찾아왔다. 지금도 더빔 제품을 수입하는 한 사업가가 “‘인디고고’에서 당신들의 제품을 봤는데 수입하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온 것. 그는 시제품으로 100개, 200개를 주문하다가 힌지 문제가 해결된 이후 4,000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캐나다에서도 연락이 왔다. 더빔이 제품을 수출하는 나라는 현재 8개로 늘었다.

품목도 경주용 자전거용 후사경에서 산악자전거용 후사경, 후미등, 반사 테이프 등으로 늘어갔다. 올해 9월에는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큰 자전거 박람회 ‘유로바이크’에도 출품하게 됐다. 성 대표는 “이 박람회는 신청한다고 받아주지 않는다. 한국에서 참가한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자전거 안전용품 업체 '더빔' 성민형(왼쪽), 이성준 공동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사무실 인근에서 자전거에 부착된 회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자전거 안전용품 업체 '더빔' 성민형(왼쪽), 이성준 공동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사무실 인근에서 자전거에 부착된 회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자전거 안전용품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특히 오래된 도시가 많아 길이 좁은 유럽은 자동차가 다니기 어려워 시내 도로를 자전거 전용으로 바꾸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파리가 대표적이다. 성 대표는 “유럽에는 자동차를 줄이고 자전거 인구를 늘린다는 목표를 설정한 도시가 늘고 있다”면서 “자전거를 비롯한 1인 모빌리티 안전장치에 대한 관심이 높고 시장도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고 건강을 지키는 차원에서도 자전거 인구가 증가할 것이고 안전용품 시장도 같이 커나갈 것으로 성 대표는 보고 있다.

두 대표의 목표는 창업 이전부터 오롯이 ‘자전거 사고 제로화’다. 조만간 내놓을 장비에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고 발생 시 지인에게 사고 발생 시간, 장소 등을 자동으로 전송하는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이 장비는 추후 사고 빈발 구간을 분석해 개선책 마련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대표는 “제품 판매뿐 아니라 사고 예방 교육, 안전문화 정착, 사고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 등 자전거 안전에 대한 모든 것이 ‘더빔’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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