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반기 예능계는 포맷의 다양성이 대폭 확대된 시기였다. 지난 해, 관찰 예능이 예능계를 강타하며 수많은 예능들이 이에 도전, 천편일률적인 예능 흐름에 시청자들이 염증을 토로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양새다.
올 상반기 새로운 예능 포맷을 향한 도전이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단연 tvN이었다. tvN은 ‘대탈출2’와 ‘놀라운 토요일’의 산하 프로그램인 ‘도레미마켓’과 ‘호구들의 감빵생활’의 흥행을 이끌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해 방송된 첫 시즌에 이어 지난 3월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대탈출2’는 드라마틱한 전개와 기상천외한 트릭으로 가득한 초대형 밀실을 강호동, 김종민, 김동현, 유병재, 신동, 피오가 함께 탈출해 나가는 ‘밀실 어드벤처’를 그리며 호평 속 종영했다.
특히 첫 시즌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토리와 고퀄리티 세트장에서 진행되는 밀실 탈출기는 시청자들에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신선한 재미를 전하며 시청률을 견인하는 데 성공했다. 첫 방송 2.5%의 시청률로 출발한 ‘대탈출2’는 자체 최고시청률 3.0%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최고 시청률이 2.2%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훨씬 높아진 수치다.
지난 해 ‘도레미마켓’을 통해 첫 선을 보였던 ‘놀라운 토요일’은 지난 3월 새 코너인 ‘호구들의 감빵생활’을 추가로 론칭하며 상반기 tvN 토요일 예능 블록을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전국 시장 속 핫한 음식을 걸고 노래 가사 받아쓰기 게임을 하는 세대 초월 음악 예능을 표방하는 ‘도레미마켓’은 관찰 예능 붐 속 신선한 재미를 전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MC 붐을 비롯해 혜리, 신동엽, 박나래, 김동현, 피오, 넉살, 문세윤 등 고정 출연자들의 의외의 케미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에 힘입어 ‘도레미마켓’의 시청률은 올 상반기 들어 3%대에 안착하며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 후발주자로 나선 ‘호구들의 감빵생활’은 마피아 게임을 예능에 접목시켜 최근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던 서바이벌 오락 예능의 부활을 알렸다. 단계별로 진행되는 게임을 통해 마피아를 찾아내고, 상금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호빵’은 마니아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시청률 상승세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같은 달 정규 편성에 성공한 MBC ‘구해줘! 홈즈’ 역시 신선한 포맷으로 주목 받고 있는 예능이다. ‘구해줘 홈즈’는 바쁜 현대인들을 대신해 스타들이 리얼한 발품 중개 배틀에 나서는 포맷으로, 다양한 지역의 부동산 시세를 알려주는 정보성 기능에 다양한 집을 구경하는 재미 등이 더해지며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얻었다. 이를 증명하듯 첫 방송 4.9%의 시청률로 시작한 ‘구해줘! 홈즈’는 현재 6~7%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다양성 확장에 의미를 둔 예능들의 선전도 눈에 띄었지만, 오랜 시간 예능계 ‘최상위’를 지키고 있는 지상파 강자들 역시 굳건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는 올 상반기 방송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증명했다. 예능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패널 게스트들의 화제성과 홍진영X홍선영 자매, 김종국, 임원희 등의 활약은 ‘미우새’의 인기를 공고히 하는 데 일조했다. 상반기 ‘미우새’의 자체 최고시청률은 지난 3월 10일 방송분이 기록한 25.5%였다.
MBC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는 지난 3월 전현무와 한혜진의 동반 하차로 위기설에 직면했으나, 박나래를 중심으로 3얼(기안84, 이시언, 헨리), ‘뉴얼’ 성훈, 화사까지 심기일전하며 위기 극복에 성공했다. 현재 9~10%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나혼산’은 여전히 높은 화제성과 선호도를 기록하며 지상파 예능 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1박 2일’의 제작 잠정 중단 사태 이후 편성 시간을 이동한 뒤 시청률이 상승, 현재 15%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특히 축구선수 박주호의 자녀 나은, 건후와 샘 해밍턴의 두 아들 윌리엄, 벤틀리 등이 큰 인기를 얻으며 높은 화제성 역시 챙겼다.
이 외에도 백종원을 필두로 한 SBS ‘골목식당’, 다양한 스타들과 매니저의 일상을 담은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 역시 올 상반기에도 높은 화제 속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다만 ‘전참시’의 경우 올해 방송인 광희와 개그맨 이승윤의 매니저가 각각 과거사로 인한 논란에 휩싸이며 방송에서 하차하는 사태를 겪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으며, ‘골목식당’은 식당 섭외, 악의적 편집에 대한 출연자 폭로 등의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된 ‘나영석 PD 표’ 예능도 상반기 흥행을 이었다.
지난 3월 나 PD가 새롭게 선보인 예능 시리즈 ‘스페인 하숙’은 스페인 산티애고 순례길에서 순례자들을 위해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페인 하숙’은 일반인 순례자들의 사연에 집중하는 대신,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세 사람과 이곳을 찾아 휴식을 즐기고 떠나는 순례자들의 모습을 그리며 ‘힐링 예능’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들의 자체 최고 시청률은 11.7%였다.
‘스페인 하숙’의 종영 이후 곧바로 론칭한 나 PD의 예능 시리즈 ‘신서유기 외전-강식당2’ 역시 시청률 순항 중이다. 첫 방송 시청률 7.7%로 시작한 ‘강식당2’는 ‘신서유기’의 멤버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안재현, 송민호, 피오의 B급 감성과 케미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6~7%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주 방송에서는 전역 이후 ‘강식당2’에 합류할 규현의 등장이 예고되며 시청률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상반기 예능계를 달군 키워드는 ‘음악 경연 예능’이었다.
TV CHOSUN의 ‘미스트롯’은 2019년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다. 지난 2월 첫 방송 된 ‘미스트롯’은 제 2의 트로트 전성기를 이끌 차세대 여성 트로트 스타를 발굴하기 위한 신개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4~50대 시청자를 저격한 편집과 트로트라는 소재는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게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고, 우승자 송가인을 비롯해 정미애, 홍자 등 걸출한 트로트 스타들이 대거 배출됐다. 시청률 역시 TV CHOSUN 사상 역대급 기록을 남겼다. 5.9%로 출발했던 ‘미스트롯’은 최종회 자체 최고시청률 18.1%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엠넷의 대표 오디션 예능 ‘프로듀스 101’ 역시 올 상반기 새 시즌을 론칭했다. 지난 5월 시즌2에 이어 또 한 팀의 보이그룹을 선발하기 위한 ‘프로듀스X101’이 첫 출발한 것이다. 첫 방송 1.4%로 시작한 ‘프듀X101’은 현재 2%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화제성의 경우 8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프듀’ 시리즈를 향한 국민 프로듀서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