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G20 참석차 오사카 방문… 첫 일정으로 40분간 한중 정상회담
시 주석 ‘사드 해결방안 검토 바란다” 文 “비핵화 풀려야 해결될 수 있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시 주석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한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정상은 다만 한반도에 배치된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가 대중(시 주석), 대북(문 대통령)용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시 주석은 이날 일본 오사카에서 문 대통령을 40분간 만나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따른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외부 환경이 개선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또 “김 위원장은 대화를 통해 이 문제(비핵화)를 풀고 싶으며, 인내심을 유지해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20~21일 방북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의중을 청취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시 주석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대화 추진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했다”며 “3차 북미 대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 주석은 북미 양측이 유연성을 보여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며 “김 위원장은 한국과도 화해 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회담, 북미 친서 교환 등은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높였다고 생각한다”며 “북미 간 조속한 대화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답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한중 정상은 이날 사드 배치와 미중 무역 마찰 등 민감한 양국 간 현안도 논의했다. 시 주석은 한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해결 방안이 검토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는 비핵화가 풀려야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시 주석이 중국을 겨냥한 사드 배치를 철회해줄 것을 간접 요청한 것이지만,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이뤄지면 대북용인 사드 문제도 해결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시 주석은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화웨이 사태 역시 에둘러 언급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시 주석이 화웨이를 콕 집어 말하진 않았고 5G(5세대 이동통신)와 관련해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며 “문 대통령은 이를 청취했고, 특별한 답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미중은 한국의 1, 2위 주요 교역국으로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무역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며 ”한 나라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기를 원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다자 무역주의 체제는 보호돼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중국은 환경 보호를 위해 (과거보다) 10배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한중 양국민 모두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정부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시 주석이 빠른 시일 내 방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시 주석이 한반도 문제를 미중 전략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지렛대로 썼다기보다는 한반도를 안정화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사카=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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