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쇼크 닥칠 것” “1, 2인가구 증가로 안 떨어져”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 결과 서울 인구가 30년 간 15%가량 급감하고 중위연령(2047년 55.3세)은 50대 중반으로 고령화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서울 주택가격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택을 적극 매입할 연령층이 감소하는 만큼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예상 한편으로, 서울 밀집 심화나 1,2인 가구 증가를 들어 서울 집값은 떨어지지 않으리란 관측도 만만찮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정한 속도로 인구 자연감소로 진행될 경우 서울에 ‘부동산 쇼크’가 덮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흔히 거론되는 전례는 1990년대 이래 일본 주택가격 흐름이다. 일본은 90년대 초반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와 단카이 세대(1948년 전후 출생)의 은퇴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졌다. 1992~2016년 일본 주택가격의 누적 하락률은 53%에 달한다. 한국과 일본의 인구곡선이 대략 20년 시차를 두고 일치하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전철을 밟을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인구 감소에도 서울 주택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거란 견해도 적지 않다. 도시 외곽이나 지방은 타격이 크겠지만, 서울 강남처럼 주거 선호도가 높고 일자리가 많은 도심의 집값은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부동산114가 2014~2018년 인구 추이 대비 주택가격 상승률을 집계한 조사에선 서울시 인구가 해당 기간 33만명 줄었음에도 집값은 오히려 58.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현재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도권 거주자의 상당수는 서울 주택 대기수요자로 봐야 한다”며 “30년 뒤에도 일자리가 서울에 몰려있다면 서울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본을 봐도 지방은 빈집이 늘고 집값이 떨어지면서 집을 상속받지 않는 일까지 속출했지만, 도쿄 등 대도시 중심지역은 오히려 집값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주택 규모가 줄어드는 ‘다운사이징’이 서울 집값을 떠받칠 거란 예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인구 감소는 가구 구성원이 줄어드는 것이지 가구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어서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인구는 부동산을 둘러싼 거시경제 환경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인구 감소가 주택 수요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집값은 해당 시점의 경제상황, 금리, 정부정책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서울에서도 주거 선호도, 직장 및 교육환경에 따라 지역별 집값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