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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42명 태운 독일인 女선장 “이탈리아는 상륙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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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42명 태운 독일인 女선장 “이탈리아는 상륙을 허하라”

입력
2019.06.27 18:08
수정
2019.06.27 23: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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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라케테, 지중해 떠돌다 伊해상 진입… “난민 도와야 할 도덕적 의무 깨달아”

지중해상에서 난민 42명을 구조한 네덜란드 국적 구조선 '시워치(Sea-Watch)3'이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령 람페두사섬 인근을 지나고 있다. 로마=로이터 연합뉴스
지중해상에서 난민 42명을 구조한 네덜란드 국적 구조선 '시워치(Sea-Watch)3'이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령 람페두사섬 인근을 지나고 있다. 로마=로이터 연합뉴스

“나는 백인이고 독일이라는 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났다. 3개 대학에 갈 수 있었고, 멀쩡한 여권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조건에서 태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겐 그들을 도와야 하는 도덕적 의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이탈리아로 향한다.”

유럽의 초강경 반(反) 이민 정책에 홀로 맞서 싸우는 여성이 있다. 난민 구조선 ‘시워치3호’의 선장 카롤라 라케테(25)다. 독일 국적의 그는 리비아 난민 42명을 배에 태운 채 2주째 지중해를 맴돌고 있다. 유럽행 난민들의 관문격인 이탈리아 정부가 라케테와 난민들의 상륙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라케테 선장은 이탈리아 정부의 입항 불허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튀니지와 시칠리아섬 사이의 이탈리아령 람페두사섬 해상 진입을 강행했다. 난민선 영해 진입은 이탈리아 정부의 이민법 위반 행위로 그녀가 물어야 할 벌금은 5만 유로(6,000여만원)에 달한다. 벌금을 물게 될 것을 알면서도 이탈리아행을 강행한 것은 난민들이 더이상은 작은 배 안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라케테 선장은 트위터에 “내가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 안다. 하지만 42명의 생존자 모두 지쳐 있다”고 전했다.

앞서 시워치3호는 12일 리비아 영해에서 고무보트에 탄 52명의 난민을 구조했다. 이 가운데 임산부 2명을 포함한 10명은 하선 허가를 받았으나 42명은 오갈 데 없이 사실상 지중해를 표류해 왔다.

독일 난민구호단체 소속 난민 구조선인 시워치3호의 선장인 카롤라 라케테(25). 몰타투데이 홈페이지 캡처.
독일 난민구호단체 소속 난민 구조선인 시워치3호의 선장인 카롤라 라케테(25). 몰타투데이 홈페이지 캡처.

42명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나 이탈리아 정부는 옴짝달싹하지 않고 있다. 반이민 기치를 내걸고 이탈리아 정부를 이끌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탈리아는 난민들을 떠안는 곳이 아니다"며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그들의 이탈리아 상륙을 막을 것"이라고 시워치3호 상륙 불가 입장을 분명히했다.

난민 42명의 생명을 쥐고 있는 라케테 선장은 유럽에 '인도주의'를 호소했다. WP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국경을 지키는 게 사람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현실이 애통할 뿐”이라며 “난민들의 정신ㆍ신체 건강이 위험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나는 상륙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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