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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日은… 인도는…” 위협 쏟아내며 G20 입장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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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日은… 인도는…” 위협 쏟아내며 G20 입장한 트럼프

입력
2019.06.27 17:50
수정
2019.06.27 23: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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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이슈 무역담판 앞둔 중국엔 “합의 못하면 추가 관세” 으름장

“미국 공격받으면 일본은 소니TV로 구경” 방위비 인상ㆍ무기 구매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얘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얘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8, 29일 일본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 지도자를 상대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난사’ 수준으로 각종 불만과 압박 메시지를 참가국들을 향해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G20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향한 26일(현지시간) 하루 동안만 해도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 인터뷰와 일본행 도중에 올린 폭풍 트윗을 통해 통상, 안보, 국내 정치 현안 등을 가리지 않고 사방으로 공세의 포문을 연 것이다. G20 무대에서 맞부딪힐 각국 지도자들에 대한 치밀히 계산된 기선 제압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국내외로 뒤엉킨 이슈에 대해 다소 자제력을 잃은 듯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모습도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겨냥한 최우선 국가는 물론 29일 오전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마주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이다. 이번 G20 무대의 최대 이벤트인 미중 무역 담판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합의하지 못한다면 상당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며 “나의 플랜B는 (관세로) 한 달에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이고 그들과 점점 더 적게 거래할 것”이라고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으로부터 많은 기업이 빠져나와 미국으로 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 행복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협상이 90%까지 마무리됐다고 설명하며 협상 타결에 무게를 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곧바로 드러낸 것. 비록 2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미중이 정상회담에 앞서 추가관세 부과를 자제하는 등 무역전쟁 ‘휴전’에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해 청신호가 감지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최종적으로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 절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 준다.

G20 주최국인 일본도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를 비껴가지 못했다.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일본이 공격받으면 우리는 제3차 세계대전을 치를 것이다. 우리는 생명과 자산을 걸고 일본을 보호하고 싸울 것이다”라면서 “하지만 우리가 공격받으면 일본은 우리를 전혀 도울 필요가 없다. 그들은 소니 텔레비전으로 그 공격을 구경하면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이 일본의 안보를 일방적으로 보호하도록 한 미일 안보조약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전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안보조약 폐기를 측근에 언급했다고 보도해 파장을 낳았는데, 이 조약에 대한 불만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이다.

1960년 체결된 미일 안보조약의 폐기 또는 재개정 사안은 미일 동맹뿐만 아니라 아시아 안보 지형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트럼프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이 문제를 건드리기는 쉽지 않다. 일본이나 워싱턴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인상과 무기 구매 압박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일본과의 본격적인 무역 협상을 앞두고 주일 미군을 지렛대로 쓰려는 포석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 정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과정에도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흘리며 압박한 바 있다. 29일 한국 방문에 앞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일본에 대한 ‘청구서 내밀기’여서 다음 행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거의 모든 나라가 미국을 엄청나게 이용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과정에서 돌연 베트남도 거론했다. 그는 “수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빠져나와 베트남 같은 곳으로 옮기고 있다”라며 “베트남은 중국보다 미국을 훨씬 더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G20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으로 향하는 도중 올린 트윗에서 “나는 인도가 수년간 미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최근 관세율을 더욱 올린 사실과 관련해 모디 총리와 논의하길 기대한다”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로 관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밖에 미국 IT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로 유명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민주당, CNN 등을 공격했으며 여자월드컵 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는 축구선수 메건 라피노와도 설전을 벌였다. 라피노가 “(월드컵에서 우승해도) X 같은 백악관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 인터뷰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자 트윗으로 “말을 하기 전에 우승부터 해라. 자기 일이나 끝내라!”고 발끈한 것이다. G20의 전장에서 홀로 승자로 우뚝 서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총알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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