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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넘어 개벽하는 시대… 교육생태계도 변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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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넘어 개벽하는 시대… 교육생태계도 변해야죠”

입력
2019.07.01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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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교실 ‘재美난 교실’ 이끈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26일 제주시 청소년수련관 다목적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美난 교실 제주봄 오픈 스튜디오’ 전시회에서 만난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김영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26일 제주시 청소년수련관 다목적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美난 교실 제주봄 오픈 스튜디오’ 전시회에서 만난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김영헌 기자.

“혁신을 넘어 개벽을 하는 시대다.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학습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재美난 교실’의 실험이 제주를 넘어 지구 전체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26일 제주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제주시 청소년수련관 다목적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美난 교실 제주봄 오픈 스튜디오’ 전시회에서 만난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71)는 현 시대를 ‘재난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준비로 새로운 학습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진행한 ‘재美난 교실’도 이런 새로운 학습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학교가 재미없어 떠난 아이들과 스스로 우울증, 공황장애 환자라며 ‘커밍아웃’을 선언한 아이들 등 스스로 ‘재난’ 상황을 인지한 청소년 10여명과 교육에 관심 있는 시민, 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할 전문가 등이 모인 ‘재美난 교실’은 학교 밖 대안교실이자 작업장이었다. ‘재美난 교실’은 조한혜정 교수가 진행한 인문학 특강인 ‘라이프 3.0 시대를 여는 인문학’, 최소연 예술감독이 맡은 ‘릴레이 드로잉’, 바리나모 무용가팀이 참가한 ‘몸공부 춤놀이’ 등의 수업들로 이뤄졌다. 이들 수업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마스터’로 불리는 전문가들이 주제를 던지면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낸 후 함께 문제를 풀어가고, 그 과정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손톱만한 돌멩이를 그리는 드로잉이나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자라는 과정을 춤으로 표현하는 등의 춤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처음엔 서툴렀지만, 결과물들이 하나씩 하나씩 쌓이면서 아이들 스스로 문제에 접근하고 풀어가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커졌다. 조한 교수가 진행한 인문학 특강에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도민들이 참여해 현재의 교육환경과 새로운 학습생태계에 대해 진진한 고민을 나눴다.

조한 교수는 “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가 말한 ‘라이프 3.0 시대’는 인류가 AI라는 초지능의 존재와 함께 살아가면서 또 한번 지구상에 근원적 변화를 일으키는 시대로,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상태”라며 “이같은 시대에서 살아갈 아이들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는 해결사인 존재로 키워야 하는데, 칠판만 보고 수업을 하는 현재의 학교 시스템은 따라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우리 아이들은 재난상황에 처해 있다. 학교가 밥도 주고 잘 보살펴 주고 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등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학교를 다니고 있다”며 “아이들 스스로가 소위 꽂혀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되고, 그 작업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한 교수는 또 “학교를 가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도 잘 활용하면서 학교 밖의 학습자원을 통해 아이들이 배울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온라인 등을 활용해 사회가 학교가 되는 ‘소셜스쿨링’과 동네 사람들이 가까운 마을내 공간에 모여 문제를 관찰하고 답을 찾는 ‘리빙랩’ 등 스스로 학습을 하는 ‘부족’들과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고, 이들이 온ㆍ오프라인으로 연결되면 새로운 학습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 수업의 목표도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마을공간에 학습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연구자가 돼서 문제를 발견하고, 관찰하고, 실험을 하는 등 각성된 존재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미난 교실의 핵심은 돌봄과 교육이 함께 가는 것으로, 어른세대가 미리 걱정을 해서 돌보고 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서로를 돌보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우는데 있다”며 “아이들이 집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재미난 교실’이 곳곳에 들어선다면 세상도 좀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한 교수는 “재미난 교실을 계기로 앞으로 제주에 자생적인 시민주도 학습공간들이 활성화되고, 이를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연결해 학습생태계를 조성하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제주에서 시작된 새로운 바람이 지구 전체의 재난을 아름답고 지혜롭게 풀어가는 희망이 되어 놀라운 기적들을 일으켜 다음 세대들에게 살아갈만한 세상을 남겨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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