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짝’은 2011년 첫 방송 이후 3년간 화제를 뿌렸다. 생면부지의 보통 독신남녀들이 한곳에 모여 ‘썸’을 주고 받다가 커플로 탄생하는 과정이 의외의 재미를 주며 최고시청률 11.3%를 기록했다.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는 예능프로그램으로 방송가의 주시를 받던 ‘짝’은 한 여성 출연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갑작스레 막을 내렸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연애 예능프로그램은 2017년 종합편성(종편)채널 채널A의 ‘하트시그널’이 등장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받기 시작했다. ‘하트시그널’이 ‘썸’을 타는 청춘 남녀의 솔직한 관계를 전하며 성공을 거두자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겼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구성으로 시청자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도 그만큼 낮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크다.
MBC가 지난 3월부터 방송하고 있는 ‘호구의 연애’는 연예인 남성과 신인 배우 및 기상캐스터 여성이 국내 여행을 떠나면서 ‘썸’이 생기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호감이 가는 상대방에게 투표하고, 출연자 인터뷰로 속내를 들여본다는 점에서 기시감을 느끼는 시청자가 많다. 26일 첫 방송한 KBS2 ‘썸바이벌 1+1(썸바이벌)’은 비(非) 연예인 남녀가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물품으로 짝을 결정했다. 우승을 향한 참가자 간 경쟁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전개되며, 제작진이 억지로 ‘썸’을 넣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제작진은 기존 ‘썸’ 프로그램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호구의 연애’의 노시용 PD는 3월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남성 출연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프로그램 강점”이라며 “완벽하고 싶지만 조금 부족한 면이 남성에게 동질감을 사고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썸바이벌’의 강승연 PD는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KBS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스펙이 아닌 취향으로만 ‘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아내고 싶었다”며 “그간 KBS에서 본 적 없는 신선한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차별화된 연애 예능프로그램이라는 방송사의 주장에도 시청률은 저조하다. 진부하다는 시청자 평가가 고스란히 수치로 반영된 것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호구의 연애’는 1회를 제외하면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2%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썸바이벌’ 26일 방송 2부 시청률 0.9%로 같은 시간대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스타’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크게 뒤쳐졌다. 청춘 가수들의 ‘썸’을 다룬 tvN ‘작업실’ 또한 지난 19일 종방 때까지 줄곧 0%대에 머물렀다. 이민형(30)씨는 “연애 예능은 많지만, 모두 어디서 본 것 같은 내용들 뿐”이라며 “재미있지도 않아 채널을 금세 돌린다”고 말했다.
‘썸’이라는 소재에만 함몰되다 보니 시청률이 저조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성공했던 연애 예능프로그램은 관찰 카메라를 통해 개성 뚜렷한 일반인들의 내면을 잘 포착했다”며 “최근 프로그램들은 진짜라고 느껴지지 않는 연예인의 연애를 다루거나, 출연자의 내밀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해 외면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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