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부동산 임대로 쏠쏠한 수익을 내고 있다. 비대면 거래 확산에 따른 영업점 축소로 유휴 공간이 늘어나고 때마침 은행에 적용됐던 임대 제한 규제도 풀리면서 임대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의 총 임대료 수익(영업보고서상 ‘투자부동산 임대수익’ 항목 기준)은 677억7,900만원으로 2017년(590억4,400만원)보다 14.8%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275억5,9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181억6,200만원), KEB하나은행(169억7,800만원), 우리은행(50억8,000만원) 순이다.
올해 1분기에도 이들 은행은 186억9,500만원의 임대수익을 거둬 지난해 1분기(170억8,000만원) 대비 9.5% 높은 실적을 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의 부동산 임대수익이 늘어나는 데에는 은행의 업무용 부동산 임대 규제가 폐지된 영향이 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은행이 업무용으로 보유한 건물의 유휴 공간을 빌려줄 때 임대 면적이 영업점포로 사용하는 면적을 넘으면 안된다는 규제가 있었다. 다수의 영업용 건물을 필요로 하는 은행이 행여 본업을 소홀히 한 채 부동산 수익에 치중할까봐 취한 조치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2015년 은행의 임대 가능 면적을 직접 사용 면적의 9배로 확대하며 해당 규제를 완화했고, 이듬해엔 관련 규정을 아예 없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2016년 7월부터 자율적으로 영업점 축소나 증개축을 통해 임대면적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제가 있을 땐 지점 폐쇄로 건물을 처분하기 전까지 잠시 임대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며 “이러한 비효율에 대한 은행들의 불만이 커지자 규제가 풀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내처 보유 부동산을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해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1969년에 지어진 2층짜리 서울 은평구 불광동지점 노후 건물을 2017년 7월부터 지하 5층~지상 13층 연면적 1만4,817㎡로 재건축해 지난달 준공했다. 은행 지점은 건물 2층에 입점하고, 나머지 공간은 프랜차이즈 카페 스타벅스와 병의원, 거래 중소기업 사무공간 등으로 임대 운영한다. 우리은행은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기존 2층짜리 건물(IT금융센터)도 2017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지하 4층~지상 10층 건물로 재건축한 뒤 3개 층만 사무공간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임대하고 있다.
인터넷ㆍ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확산과 영업점 감소가 계속되면서 유휴 부동산을 활용한 은행들의 수익 창출 노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점 통폐합이 계속 진행되는 만큼 빈 지점을 활용한 수익원 창출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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